생활경제 유통

대형마트 ‘할인전쟁’ 한달.. 현장 가보니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07 18:08

수정 2010.02.07 18:08

신세계 이마트의 생필품 가격인하 선언으로 불거진 대형 마트 간 가격경쟁이 한 달째 이어지면서 분수령을 맞고 있다. 당초 "365일 좋은 상품을 항상 싸게 판다"는 할인점 본래의 역할을 기치로 내걸었던 이마트의 가격인하 정책은 경쟁업체들의 반발로 자존심 싸움으로 번진 지 오래다. 반사이익을 얻은 소비자들도 당장은 좋지만 품질 저하를 우려하거나 가격환원을 걱정하고 있다. 한편 이마트는 초저가 전쟁을 벌인 삼겹살을 비롯해 22개 품목의 가격을 최초 신문광고 가격으로 환원하기로 했다.

■초저가 삼겹삽 품절은 기본

대형 마트 간 가격경쟁은 지난달 7일 업계 1위인 이마트가 1차로 생필품 12가지를 최대 36.8%까지 가격인하를 선언한 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가 가세해 최저가 싸움으로 비화됐다.

무조건 더 싸게 판다는 가격경쟁에서 빚어진 염가판매와 일부 품목의 품절사태는 한달이 지나도 여전했다.


지난 6일 오후 7시께 이마트 역삼점에서는 자반고등어 1손 1710원, 서울우유 2.3ℓ 3740원, 맥심모카골드(250개입) 2만3250원, 켈로그 콘푸레이크(600g) 3570원의 '착한 가격'이 내걸렸다. 이들 상품은 처음 가격인하 발표 때보다 가격이 더 떨어졌다. 또 다른 인하품목인 CJ햇반3+1과 해태고향만두, 세제 등은 품절됐다.

같은 시간 이마트 천호동점도 경쟁품목인 샴푸, 햇반, 세제 제품 등이 모두 팔리고 없었다. 매장 직원은 "어제 60세트가 입고됐는데 대량 구매 고객이 많아 일찌감치 다 나갔다"며 대신 다른 제품을 권유했다. 구입하려던 가격인하품목이 미끼상품이 된 것이다.

'초저가' 경쟁 중인 삼겹살은 판매와 동시에 동이 나기 일쑤다. 7일 오전 11시께 이마트 영등포점은 100g에 590원인 삼겹살을 사려는 소비자들의 줄이 500명은 족히 넘었다. 오전 10시부터 판매에 들어간 목심은 이미 품절됐고 삼겹살도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2∼3시간을 기다리고도 삼겹살을 구입하지 못한 일부 소비자들은 "이렇게 고생을 시키려면 차라리 가격을 올리라"며 항의했다. 인근 홈플러스 영등포점과 롯데마트 영등포점도 삼겹살과 목심이 판매 몇 시간 만에 모두 팔렸다.

■이마트 "첫 인하가격 환원"

시중가의 3분의 1까지 떨어진 삼겹살을 중심으로 22개 가격인하 품목을 처음 인하수준으로 되돌린다.

이마트 영등포점 정육매장 직원은 "8일부터 초저가 삼겹살 가격을 대폭 올릴 것"이라며 "최초 인하가격인 100g당 980원으로 인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유통업체 관계자는 "이미 공급이 중단된 햇반에 이어 삼겹살 등 저가경쟁으로 물량수급이 갈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에 한달을 기점으로 이마트가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주부 이미자씨(43)는 "워낙 싸다보니 가까운 동네 슈퍼보다 차를 타고서라도 대형 마트를 찾게 된다"며 "언제 가격을 올릴지 모르는 불안감 때문에 더 자주 오게 된다"고 푸념했다.

그러나 이마트 관계자는 "물량 수급상황에 따라 품목별로 할인기간이나 가격이 조정될 수는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경쟁이 심한 품목들의 가격을 처음 인하 수준보다 더 인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박하나기자

■사진설명=대형마트들의 가격인하 경쟁이 시작된 지 한달이 된 7일 서울 영등포동에 위치한 이마트 영등포점에서 휴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싼 가격에 삼겹살을 구입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범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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