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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더 빠르고 부드러워진다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08 06:15

수정 2010.02.07 21:52

'경영 2기'에 접어든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속도경영'을 본격화한다. 최근 '유럽발 경제위기' 등 글로벌 경제가 불확실해지는 상황을 빠른 의사결정으로 적극 대처하기 위해서다. 우선 정 회장은 강력한 리더십과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구축했다. 지난 5일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진을 대거 교체, 정 회장의 그룹 장악력을 높였다. 포스코는 오는 26일로 예정된 정기주총 직후 마케팅부문 쇄신 등 대규모 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속도경영·마케팅 강화에 초점

조직개편의 초점은 '속도경영'과 '혁신'. 우선 '오픈 커뮤니케이션 사무국'을 별도 조직으로 신설한다.
회장 직속라인으로 외부 전문가가 책임자로 영입된다. 그룹 내 의사소통(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는 동시에 중요한 결정사안에 관한 의견수렴, 조정하는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사·조직문화 혁신, 4조2교대 근무방식 전환 등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컨설팅하는 역할도 예상된다. 이는 정 회장 취임 당시 그룹 내 의견 분열 등 상당한 내홍을 겪으면서 그룹 내부결속의 필요성을 실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그룹 내 소통과 신뢰를 위한 새로운 조직이지만 이는 과거 기획조정실이나 구조조정본부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특히 현장마케팅 부문도 강화된다. 마케팅전략실에 수요개발그룹을 통합하고 마케팅부서를 추진 체계별로 큰 틀에서 묶는 등 신속성과 추진력을 높이는 동시에 고객대응에 '고압적'이라는 지적을 받아 온 현장마케팅을 고객친화적 방향으로 전환하는 강력한 조직쇄신책이 예상된다. 이는 최근 포스코 감사실과 컨설팅업체가 분석한 마케팅 진단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고객의 요구와 불만을 수용하는 데 유연하지 못한 고압적인 마케팅 관행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실(室)'제로 운용하던 조직도 그룹이나 팀 리더의 권한을 강화, 책임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미래성장전략실, 마케팅실, 원료실 등 기존 독립조직을 사업부문으로 확대 개편하거나 통합, 해외 자원확보 네트워크와 역량을 확대하는 게 큰 방향이다. 이에 따라 담당 임원들도 새 인물이 부상하는 등 물갈이 인사폭이 클 것이라는 예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시장도 경쟁체제로 바뀌는 등 시장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포스코가 그동안 '앉아서 팔던' 시대는 지났다"며 "그전보다는 국내외 시장 확보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의 인수합병(M&A)을 챙기며 지휘부 역할을 하는 기존 '전략사업실'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상임이사였던 이동희 사장(재무투자부문장) 중심으로 이뤄지던 M&A건을 정 회장이 직접 챙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 포스코는 올해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 M&A건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포스코는 해외사업 강화 및 '종합소재기업'으로서 미래성장사업을 지휘할 전담조직으로 확대도 예상된다. △인도 오리사주 '철광석 독점채굴권(광권)' 확보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일관제철소 착공 △스테인리스스틸 생산업체인 태국 타이녹스 인수 등 포스코의 미래를 좌우할 굵직한 해외사업을 처리하는 수뇌부 역할이다.

■'스피드경영' 이사진 구축

정 회장에 힘을 실어줄 등기이사의 면면을 보면 신속한 의사결정을 염두에 둔 진영이라는 평이다. 상임이사(5명), 사외이사(8명)를 한 명씩 줄여 총 13명으로 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나이도 젊어졌다. 60대 초로 정 회장과 엇비슷한 이사진은 모두 물러났다. 포스코의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특히 신임 이사들은 그동안 포스코의 혁신을 이끌어 왔다는 데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3명의 신임 이사는 오는 2012년 2월 말까지 임기로 정 회장과 남은 2년을 같이한다.

박한용 포스코ICT 사장(59)은 부산 출신. 지난 1978년 입사해 홍보실장, 열연·후판판매 담당 상무 등을 거친 홍보·인사 전문가다.
오창관 마케팅부문장(58·부사장)은 대구 출신. 박한용 사장보다 한 해 앞선 1977년 입사해 마케팅전략과 공정혁신(PI) 부문, 포항제철소장 등을 역임하는 등 현장에서 잔뼈가 굵으며 국내외 마케팅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김진일 포항제철소장(57·부사장)은 경기 출신으로 정 회장과는 1975년 입사 동기다.
지난해부터 포항제철소장을 맡아 정 회장이 강조한 원가절감의 '선봉장'에 섰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예병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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