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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후보물질 개발 성공확률 확 높인다

조성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08 07:05

수정 2010.02.07 22:07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을 ‘돈먹는 하마’에 비유한다. 개발하는데 수년간의 시간과 몇천억원의 비용이 들지만 실패할 때는 한푼도 회수할 수 없어서다.

성공률이 높은 것도 아니다. 1만개의 화합물 중에 0.5%만이 신약후보물질로 도출되고 이 중에서도 2%만이 신약으로 개발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성공확률이 0.00001%인 셈이다. 그만큼 투자 위험성이 높은 산업이다.


국내 상위권 제약사를 제외한 중소 제약사들이 신약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공확률을 높여줘야 한다.

신약 개발 성공확률을 높여주는 연구가 국내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신약플랫폼기술팀이 대표적이다.

■신약은 어떻게 개발되나

신약개발은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발굴단계와 인체 내 효능을 입증하는 개발단계로 나눠진다.

후보물질 발굴단계는 복잡한 분자식으로 표현되는 화합물에서 약효가 있는 물질을 찾아내는 것이다. 개발단계는 영장류 등의 동물에게 실험하는 전임상과 사람에게 시험하는 임상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신약이 탄생하게 된다.

신약개발 비용의 많은 부분이 임상단계에 투입되지만 이 단계에서 신약개발에 실패하는 확률이 매우 높다.

때문에 다국적 제약사의 경우 될성부른 떡잎을 미리 파악하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 임상단계에서 실패할 확률을 40%(1990년대) 수준에서 최근 10% 수준으로 낮췄다.

■신약플랫폼 기술이란

신약플랫폼 기술이란 임상시험에 돌입하기 전에 신약으로 개발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을 골라내 임상단계의 실패율을 낮추고 동시에 신약개발의 성공률을 높여주는 것을 말한다.

화학연의 신약플랫폼기술팀은 약동력학, 기초독성, 물성분석을 통해 신약개발 가능성을 키워준다.

약동력학은 특정 약물이 체내에 투입돼 어떤 과정으로 흡수되고 어느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친 뒤 체외로 배출되는가의 전과정을 분석하는 것이다. 기초독성은 성분 자체의 독성만이 아니라 심장·간·위장 등 인체의 각 장기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연구한다. 물성연구는 해당 물질이 무엇에 잘 녹는지 등 특성 자체를 분석한다.

후보물질에 대한 이러한 분석과정을 통해 후보물질의 어떤 부분에서 독성 등 문제가 발견되면 그 부분을 제거하고 다시 분석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배명애 신약플랫폼기술팀 박사는 “신약개발 과정 중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임상시험 전에 우수한 후보물질을 골라내는 것”이라며 “이를 활용하면 신약개발에 드는 돈과 시간을 절약하고 성공확률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제약사 신약개발 활성 기대

신약플랫폼 기술은 우수한 신약후보물질을 도출하는 분석연구에 어려움을 겪는 제약사들에 제격이다.

분석장비 확보에도 막대한 비용이 드는 점을 감안할 때 비용이 부담되는 중소제약사는 신약플랫폼기술팀을 활용하는게 더 나을 수 있다.

배 박사는 “개별 분석연구가 아닌 신약개발을 위한 통합 분석연구를 수행하는 것은 화학연구원이 처음이다”면서 “영세한 중소제약사들이 신약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화학연구원은 신약플랫폼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최신 연구기술 개발과 각종 분석장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어류(제브라피시)를 통해 심장독성을 측정하는 분석장비를 하반기에 들여올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세포수준에서 측정해 왔다.
동물실험 전에 동물을 통해 테스트를 해 실험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태오 유한양행 연구소장은 “일반적으로 신약후보물질이 전임상(동물실험)단계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전에 분석연구를 통해 미리 독성 등을 확인하면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talk@fnnews.com 조성진기자

■사진설명=한국화학연구원 신약플랫폼기술팀 연구원들이 분석장비를 이용해 신약 후보물질의 심장독성 여부를 판별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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