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南 “금강산 희생자 묵념하자” VS 北 “…”..신경전

최진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08 15:16

수정 2010.02.08 14:49

“우리 측은 2008년 7월 금강산관광 중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고 박왕자 씨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조의를 표하는 묵념을 실시했지만 북측은 그냥 지켜만 봤다.”(통일부 당국자)

금강산 및 개성 관광 재개를 위해 남북 당국자 간 실무회담이 특별한 합의사항 없이 종료됐다.

남북 대표단은 8일 개성공단 내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이후 1년7개월여간 중단된 금강산 및 개성 관광 재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기존 입장차만 재차 확인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결론적으로 남북간 특별히 합의된 사항은 없이 회담은 종결됐다”면서 “차기 회담일정은 합의된 것이 없고 추후 협의를 통해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이날 회의를 시작하기 전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남측 대표단이 박 씨의 명복을 기리기 위해 남북 당국자 동반 묵념을 제의했지만 북측이 완강히 거부한 것.

이에 남측 대표단 전원만 1분 남짓 묵념을 진행했고 북측은 이를 지켜만 본 채 회의장에 서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묵념과 관련, “북측은 반발하거나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박 씨 사건을 바라보는 양측의 간극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 됐다.

본격적인 회의에서도 남북은 종전 입장만 되풀이 했을 뿐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남측은 “금강산 및 개성 관광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박 씨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신변안전보장 문제 및 재발방지 대책 등 3대 선결 과제가 철저히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씨 사건 현장에 대한 당국자 방문, 남북 간 출입·체류 합의서 보완 등 구체적인 조치들이 이행돼야 한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반면에 북측은 “금강산 및 개성 관광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면서도 우리 측이 제기한 3대 선결 과제에 대해선 “이미 해결됐다”고 말했다.


북측은 특히 “지난해 8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면담에서 박 씨 사건의 재발방지를 약속한 만큼 재발방지 대책 및 신변안전보장 방안은 더이상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진상규명 문제에 대해서도 “군사통제구역에 무단침입한 박 씨가 초병의 정지 요구에 불응하다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고 설명한 뒤 “사건 당시 현대아산 관계자들이 현장을 확인하고 시신을 인도해 간 것으로 충분하다”면서 종전 입장을 고수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오늘 회담은 실무적이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면서 “우선 양쪽이 서로의 입장을 기본적으로 교환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jschoi@fnnews.com최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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