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대학병원 CEO에게 듣는다] (6) 한림대의료원 이혜란 원장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08 17:29

수정 2010.02.08 17:29

한림대의료원은 한강성심병원, 강남성심병원, 한림대성심병원, 춘천성심병원, 강동성심병원, 한림대 치의학대학원치과병원, 개원 예정인 동탄신도시병원까지 하면 7개 병원을 산하에 두고 있다. 각 병원의 명칭에서 엿볼 수 있듯 각 병원은 각자의 특성에 맞게 성장해 왔다. 한림대라는 브랜드와 연관성이 있는 병원은 두개에 불과하다. 브랜드가 통일되지 않다 보니 시너지 효과가 제한적이다. 병원도 브랜드 시대를 맞으면서 한림대로서는 이들 병원을 하나의 브랜드로 묶는 숙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혜란 의료원장은 브랜드관리위원회를 만들어 브랜드 통합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 6일 이 의료원장을 만나 브랜드 통합작업을 비롯한 한림대의료원의 발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이대병원을 제외하고는 여성으로서 첫 의료원장 자리에 올라 화제가 됐다. 여성이라는 점이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의료원장직을 수행하는 과정에 남성과 특별히 다른 점은 없다. 취임한 지 1년5개월 됐는데 구상했던 일들을 하나씩 실현하고 있다. 첫째, 그동안 경쟁체제로 발전해 오던 산하 병원을 의료원이라는 큰 틀 안에 통합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둘째, 프로세스 개선 노력을 했다. 시간이 경쟁력이기 때문에 결제시스템을 전자화하고 불필요한 과정은 생략해 실시간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셋째, 책임경영을 구현했다. 각 의료원 산하 병원, 부서, 개인이 자기 목표를 설정하고 관리함으로써 스스로 책임지는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있다.

―병원 경영철학은.

▲‘고객 가치 최고화’라 할 수 있다. 내부 고객은 직원이고 외부 고객은 병원을 찾는 환자, 주위 협력병원, 한림대의료원과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이나 기관이다. 병원 경영도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출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관계에서 상대에게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면 경영성과는 저절로 따라온다고 믿는다.

―한림대의료원이 6개 산하 병원(개원 예정인 동탄신도시병원 제외)으로 나뉘어 있어 브랜드 관리에 애로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브랜드는 품질에서 나온다. 한정된 자원에서 최고의 효율을 내려면 선택과 집중 전략에 의해 전문화를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취임 후 산하 각 병원의 특성화·전문화를 위해 노력했다. 또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는 학술적 연구성과가 뒷받침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교수들이 접근하기 쉬운 자리에 연구시설을 확충하고 업그레이드하도록 했다. 하지만 한림대의료원 산하 병원들이 각자의 병원 브랜드로 알려져 있어 브랜드 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한림대의료원이라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최근 ‘브랜드 관리위원회’를 만들었다.

―한림대의료원에는 여타 병원과 다른 회의문화가 있다고 들었다.

▲각 병원이 떨어져 있다 보니 회의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 때문에 2006년부터 화상회의시스템을 정착시켰다. 1주일에 두 번, 화요일과 토요일 오전 6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회의를 진행한다. 화요일에는 주로 시스템 개선, 프로세스 개선 등을 주제로 하고 토요일은 교수 경쟁력 강화 회의를 진행한다. 토요일에는 주로 교수들이 참석해 자신들이 연구하는 분야에 대해 설명한다. 이 시간에는 다른 교수들의 연구에 대해 듣고 자신의 연구와 코워크(co-work)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연구와 관련된 시설이나 장비를 들여오는 기회로 활용하기도 한다. 병원마다 2개의 화상회의실이 있기 때문에 관심 있는 직원들은 참관해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다.

―‘마이티 한림(Mighty Hallym)’이라는 발전방안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설명해 달라.

▲의료계가 2002년부터 급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작한 의식개혁 운동이 ‘마이티 한림’이다. 올해 3월부터 3기가 시작된다. 1기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였다. 이 시기에는 한림대의료원의 통합을 위한 인프라 구축, 인재양성에 노력했다. 차세대경영자양성과정 등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만들고 연수원도 지었다. 또 종합의료정보시스템(RefoMax)을 구축해 각 병원을 가상의 공간에서 하나로 묶고 전자차트도 만들었다. 1기가 인프라 구축 시기라면 2기는 지속 성장을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각 병원의 특성화 작업을 했다. 한강성심은 화상, 강남성심은 여성질환·소아과·로봇수술, 한림대성심은 뇌신경과학, 춘천성심은 응급혈관인터벤션, 강동성심은 두경부 등 각 병원의 주력분야를 육성했다. 3기에는 이전에 하고 있던 특성화 작업을 강화하는 한편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연구분야를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병원별 발전방안은.

▲병원별로 특성화 작업을 진행했는데 여기에 한두 가지만 더할 계획이다. 한강성심병원은 개원할 때 노인병센터를 갖고 있었다. 노인들은 여러 질환을 함께 앓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맞춤치료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강남성심병원은 자궁근무력증 시술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다. 이 때문에 여성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유방센터, 갑상선센터를 원스톱으로 만들려고 한다. 또 로봇수술 활성화도 과제다. 한림대성심병원은 뇌졸중을 빨리 치료하는 병원으로 알려져 있다. 또 병원 앞에 노화와 뇌질환을 연구하는 일송생명과학연구소가 있기 때문에 함께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춘천성심병원은 해외관광 부문에서 250억원 규모의 국고프로젝트를 수주한 바 있다. 해외진료에 필요한 국제면허를 가진 의사, 간호사, 코디네이터, 번역자 등의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앞으로 혈관센터와 더불어 해외환자 진료를 키울 생각이다.

―지난 12월 동탄병원을 착공했는데 계획은.

▲개원일을 2012년 9월로 잡고 있다. 동탄병원이 800병상으로 개원하면 한림대의료원이 총 4000병상을 갖추게 된다. 이 병원은 기존 임상과의 개념에서 탈피해 센터 중심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중점센터가 뇌신경과학센터이고 그 외에 순환기센터, 인공관절센터, 척추센터 등 센터 중심의 조직체계를 갖춰 과 간의 통합과 융합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림대의료원이 세계 병원과 경쟁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요즘 의료관광, 의료 성장동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해외 환자를 많이 유치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제무대에 나가서도 경쟁할 수 있는 의료의 질을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한림대의료원은 빠르게 성장한 의료원 중 하나인데 앞으로 중점적으로 보강하고 키워나가야 하는 분야가 연구분야다. 동탄병원을 개원한 후 경영이 정상화되는 시점인 2015년에는 기초와 실용을 이어주는 중개연구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한림대의료원 이혜란 원장은

'몸에 사향을 지녔으니 굳이 바람을 맞아서야만 하랴.'

이혜란 원장은 자신이 한림대의료원장으로 취임한 후 보수적인 의료계 내부에서 파격적인 인사라는 시각이 강했을 때 이 말을 가슴에 새겼다고 한다.

여의사의 비중이 높은 이대를 제외하고 대학병원장에 여성이 취임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그의 의료원장 취임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그는 여성 의료인으로 살아오면서 사회적 편견이나 통념에 부딪혀 오해가 생겨도 매사에 직설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을 메우려 더 노력했다고 한다. 그가 여성 의료원장 취임에 대한 싸늘한 의료계의 시각에 맞서 이 말을 되새긴 이유다.

그로부터 1년5개월이 지났다.

직원들은 이 원장 취임 이후 의료원의 경영투명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한다. 남성 중심 문화를 성과 중심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부서에서 인력충원 요청이 있을 때 경영분석팀에 분석을 맡겨 1인당 생산성을 숫자로 파악한다. 남성, 여성이 따로일 수 없다.
목표를 주고 관리하기 때문에 감정에 따라 일처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 문제를 해결할 때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설명을 듣고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능력도 뛰어나다.


의료원 내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들을 도맡아 처리하면서 합리적인 지도력을 보여준 그가 의료계의 편견에 맞서는 대신 자신의 부족함을 메우려는 노력을 하면서 한림대의료원을 어떻게 변신시켜나갈지 주목된다.

△57세 △서울 △연세대 의대 졸업 △중앙대대학원 의학박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필라델피아 소아병원 연구원 △강동성심병원 소아과 과장 △강동성심병원 기획실장 △아·태 소아알레르기 호흡기 면역학회 사무총장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위원회 자문위원 △강동성심병원 진료부원장 △한림대의료원 부의료원장 겸 강동성심병원 원장 △한림대의료원 의료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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