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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애태우는 모토로이 예약판매

홍석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09 05:10

수정 2010.02.08 22:10

#1. 지난달 26일 이모씨는 '모토로이' 예약판매를 신청했다. '신청 순으로 배송된다'는 이통업체의 말에 이씨는 한 시라도 빨리 받아 보고 싶은 마음에 예판 시작시점인 26일 오후 6시에 바로 예약판매를 신청했다. 그러나 배송 예정일인 2월 5일, 이씨는 집에서 꼼짝도 않고 물건을 기다렸지만 결국 받아보지 못했다.

#2. 지난달 27일 '모토로이'를 신청한 김모씨는 배송 예정일인 6일 오전부터 집에서 물품 배송을 기다렸으나 오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확인했더니 2월 3일에 접수한 사람들이 '모토로이를 받았다'는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김씨는 이통사가 신청 순서대로 배송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예약판매 배송지연 사태 재연

'아이폰' 예약판매 부작용이 SK텔레콤의 '모토로이' 출시에서도 재연되면서 소비자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8일 한국소비자연맹과 SK텔레콤 등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배송이 시작된 국내 최초 안드로이드폰 '모토로이'가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사흘 이상씩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

지난 7일 한국소비자연맹 공개상담실 사이트에는 배송지연과 관련한 소비자들의 불만과 원성이 쏟아졌다. 내용은 '26일 신청했는데 못 받았다', '배송은 됐는데 다른 사람 것을 받았다', '상담원들이 모두 쉬어 배송문제를 물어볼 곳이 없다'는 등 답답해 하는 글이 주를 이뤘다.

배송 불만은 인터넷 카페(http://cafe.naver.com/androiders.cafe)에도 봇물을 이뤘다. 이 카페에는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약 1000건이 넘는 글이 올라왔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배송 지연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었다.

서비스 업체인 SK텔레콤에선 "신청 순서대로 개통해서 배송했다. 다만 물품 배송은 택배회사를 거치기 때문에 개별 소비자들이 물품을 받아보는 것과 신청순서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설 명절 선물 배송이 끼면서 지역에 따라 배송일 차이가 최고 3일까지 나는 실정이다.

말하자면 '신청순 배송' 약속은 물품을 먼저 받아보는 순서가 아니라 휴대폰 개통 순서인 셈이다. 그러나 예약자들은 "예약과 배송이 따로 논다면 예약판매는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배송까지 책임져야 할 것"

예약판매는 하루라도 일찍 제품을 받아보고 싶은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또 '예약판매 실시', '며칠 만에 몇 대 판매', '상품 설명회' 등이 언론에 보도되는 홍보효과도 덤으로 누릴 수 있다.

대표적 성공 사례가 '아이폰'이다. '아이폰'은 예약판매 이틀 만에 약 2만여대의 물량이 전부 동난 사실이 크게 보도되면서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러나 배송에선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수만대에 달하는 휴대폰이 일시에 발송되면서 배송지연 사태가 빚어졌고 일부 예약판매 신청자들이 오프라인 구매자보다 휴대폰을 더 늦게 받게 됐던 것. 다만 이번 모토로이 배송에선 SK텔레콤은 모토로이의 일반 판매시기를 늦추는 기지(?)를 발휘해 예약판매 신청자들이 오프라인 구매자보다 늦게 물품을 받는 일은 없도록 했다.

SK텔레콤은 예약판매 신청자들이 휴대폰을 9일까지는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오프라인에선 10일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도 "예약판매는 휴대폰 마케팅 붐업을 노리고 실시되는데 배송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소비자 불만이 커지는 역효과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hong@fnnews.com 홍석희기자

■사진설명=한국소비자연맹 공개상담실에 올라 온 모토로이 배송지연 관련 불만 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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