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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思士들의 事事件件] 이윤원 프렌즈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최진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09 17:16

수정 2010.02.09 17:16

지금부터 약 5년 전 데크플레이트와 관련한 획기적 특허로 인한 분쟁이 크게 일어났다. 데크플레이트는 일정간격으로 접어 2∼3㎝씩 돌출부를 만든 함석판 위에 철근구조물을 놓고 철근과 함석 돌출부를 스폿 용접해 콘크리트를 함석 위 철근구조물이 잠기도록 타설해 사용되는 철근 구조물이다. 대부분 천장을 만드는 곳에 사용되며 그 함석은 시공 후에도 그대로 천장으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종래 데크플레이트는 함석의 접은 모양이라 철근을 위에 놓고 스폿 용접을 하면 형상 윗부분이 뚫려 아래에서 보면 철근이 보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녹이 스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에서 10여년 동안 다각적인 발명과 많은 출원이 진행됐는데 그 방법은 한결 같이 복잡한 형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의 J사가 간단하게 그 문제를 해결하고 특허를 출원했다.
1건으로 출원해 특허를 받았는데 비교적 형식이 잘 갖춰진 출원서였다. 그 내용은 간단했다. 함석의 접는 방식을 ‘⊥’ 형상으로 한 것이었다. 다시 말해 덜 접혀서 아래가 벌어져 있는 함석 부분을 완전히 맞붙여 ‘⊥’형상으로 만들었다. 아주 간단한 해결책이지만 비용이 더 들지도 않으면서 문제점을 완벽히 해결할 수 있었고 시공 후 종전 것과 비교해 훨씬 깨끗해졌다. 시장에서 그 특허의 위력은 대단해서 시장을 졸지에 석권해가고 있었고 J사는 이를 통해 상당한 이익을 챙겼다. 하지만 J사 이외의 기업에는 비상이 걸렸다.

그래서 무효심판이 청구됐다. 같은 선행기술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결국 무효가 됐다. 물론 J사는 그 소송이 진행되던 수년간 많은 이익을 보았다.

이 사례에서 몇 가지 생각해 본다. 첫째는 간단한 해결책이 더 큰 발명이라는 사실이다. 복잡한 해결책은 시간을 들이고 비용을 투입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고 회피설계도 비교적 용이해 그 가치가 낮다. 하지만 간단한 해결책은 위 사례에서 보듯 발명하기가 더 어렵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저것이 무슨 큰 발명이란 말인가. 아마도 누군가 생각은 했는데 실천을 하지 않아 그렇겠지”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잉카문명에 수레바퀴가 없었다는 사실을 안다면 간단할수록 사후에 보면 너무도 쉬워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는 유럽에서는 확고한 판례의 경향이기도 하다.

둘째는 그 해결책이 간단해 위력이 클수록 사회적 파장이 크고 경쟁사로부터 저항도 커 반드시 출원서 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특별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필자가 심판관이었다면 이 사건의 경우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나 끝내는 특허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건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이 특허의 경우 사후적 고찰을 통해 하찮은 발명으로 인정돼 무효될 가능성이 크다.
이 발명은 발명이 갖춰야 할 요소들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 초기부터 소송을 대비해 다각적으로 대비했다면 전혀 문제없이 지금도 매년 거의 100억원에 가까운 이익을 창출하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을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lyw5000@friendsp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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