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세종시 결론 못내린 국회 본회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09 17:18

수정 2010.02.09 17:18

국회 본회의는 오늘 세종시 문제에 관한 대정부질문을 끝내고 내일부터 상임위 활동에 들어간다. 만약 오늘 본회의에서 “지금까지 토론은 충분히 했으니 이제 세종시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자”라는 합의가 이뤄진다면 그건 기적이다. 그런 기적은 우리 국회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 국회 운영이 그런 신사도 정신에 기초했다면 지금까지의 지리멸렬한 국회상은 애당초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종시 문제가 논쟁만 있지 진전이 없는 것은 본회의 대정부 질문장이 텅 빈 의석으로 가득찰 때 이미 예상됐었다. 본회의 의사 정족수는 60명인데 의원들이 수시로 자리를 뜨는 바람에 회의가 중지되기 일쑤였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의원들이 참여도 하지 않고 질문 내용 자체가 일방적 정쟁의 도구로 활용되는 대정부질문이라면 차라리 폐지하는 게 낫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얼마 전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이런 국회는 없어도 좋겠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라고 개탄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런 무기력하고 무절제에 빠진 국회 운영을 개선하기 위해 국회의장 자문기구에서 마련한 국회 제도 개선안조차 제출된 지 1년이 넘도록 낮잠만 자고 있는 형편이다. 정부의 수정안 발표가 지난 1월 11일이고 그 때부터 쏟아진 찬반과 득실 논란 끝에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끝장 토론을 내자고 벼른 것이 바로 세종시 문제였다. 그러나 지금 끝장 토론은커녕 총리 불신임안 제출설, 국민투표 회부 소문 등으로 문제 자체가 옆길로 빠지기 시작했다. 그 끝이 어딜지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미로에 빠지고 있는 게 바로 세종시 문제의 현주소다.

세종시 발전방안 발표 이후 9일 처음으로 충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의 당위성을 또다시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와 경쟁하고 있다. 위기 속에서 서로 살아남으려는 전쟁을 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끼리 싸울 시간도 없고 여력도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는 이어 “이기려면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잘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치고 다시 싸운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이제 세종시 문제에 관한 비생산적인 설전과 불필요한 정쟁은 접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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