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칼럼] 스마트폰 열풍과 지식격차/김성호 주필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09 17:18

수정 2010.02.09 17:18

글을 모르면 문맹, 컴퓨터를 모르면 컴맹이라는 우스개는 인터넷 시대의 유행어다. 그러면 요즘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스마트폰을 모르는 사람은 무엇인가. 그리고 며칠 후면 한국에 상륙할 아이패드를 모르는 사람은? 문맹은 이미 퇴치됐다. 한국에서는 문맹률이 5% 이하로 나오자 아예 문맹률 조사를 폐지했다. 그러나 컴맹은 오래갈 것 같고 그 뒤에 올 무슨 맹 또 무슨 맹은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킬 것 같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를 제치고 정보기술(IT) 혁명의 주역으로 떠오른 애플사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지금까지 현대문명의 세가지 신기(神器)를 우리에게 선사했다. PC라고 부르는 개인용 컴퓨터, 이동전화의 기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스마트폰 그리고 ‘손 안의 PC’라는 아이패드(iPad)가 그것이다.


삼성과 애플 그리고 구글까지 가세한 첨단 정보기기의 경연장 한국에선 지금 ‘너도 나도 스마트폰’ 열풍이 일고 있다. “복잡하던 사용자 환경이 전보다 편리해지고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앱’(애플리케이션의 약어)을 내려 받아 각자 필요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어서 좋아요.” 이런 반응이 무슨 뜻인지 젊은 사용자들은 다 알아도 애니콜의 ‘100% 사용’조차 버거운 사람들은 못 알아들을 소리다. 그래서 주로 노년층과 장년층은 스마트폰 공포증의 포로가 된다. 일단 유행따라 새 기계를 사놓았지만 아직은 옛날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단다.

스마트폰 공포증에 더하여 설상가상 격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이패드 현기증이다. 이 현기증은 아직은 현재 진행형이 아니다. 한국에 상륙하는 게 올 3월이라니 시간이 좀 있다. 아이패드는 첨단형 태블릿(평판)PC의 상표 이름. 키보드 없이 PC 액정화면에 터치하는 방식으로 입력하는 휴대용 노트북 PC를 말한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아이패드를 공개하는(2010년 1월 27일) 잡스를 표지 모델로 다루면서 구약성경 욥기(記)에 나오는 욥(Job)에 비유했다. 잡스라는 이름이 욥에서 나왔으니 그런 패러디는 시의적절하다. 욥기는 해석하기도 어렵고 욥이라는 인물의 연원도 규명하기 힘들다. 그래서일까, 잡스의 신제품 출시를 소개하는 표지 기사의 제목에는 “애플의 아이패드, 희망인가 허풍(hype)인가”라는 부제가 달렸다.

희망은 무엇이고 허풍은 또 무엇인가. 희망은, 아이패드가 모바일 기기의 새로운 혁명을 이끌면서 기존 전자책(e-book)이나 넷북 기능을 대신하는 ‘지식의 원천’이 된다는 전망이다. 허풍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멀티태스킹과 범용직렬버스(USB) 미지원, 메모리 확장 등이 불가능해 선전만 요란했지 아이폰 만큼 돌풍을 일으키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희망과 허풍의 뜻을 알아채는 사람은 현기증에 빠지지 않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심한 어지럼증을 앓을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공포증과 아이패드 현기증을 앓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지식과 정보 격차의 폭은 커진다.

디지털 정보격차(digital divide)는 새로운 정보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경제적 사회적 격차를 말한다.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인터넷 이전’과 ‘인터넷 이후’는 다른 세상이 된 것처럼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도 세상을 바꿔 놓을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삶이 바뀌는 시대에서 옛 시대를 살 수밖에 없다면 실로 컴맹은 문맹보다 더 무섭다. 사라진 문맹의 자리에 컴맹이 똬리를 틀고 앉으면 그건 재앙이지 발전이 아니다.

부의 양극화에 더하여 지식마저 양극화하는 사회는 살기 괴롭다.
다시 한번 과학 영재들의 머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영재들이여, 그리고 잡스여, 컴퓨터를 잘 모르는 사람도 편하게 쓸 수 있는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를 만들어 달라. 애플의 후발주자들은 애플을 넘어서 달라. 그러면 그대들은 이미 욥기에 나온대로 복을 받을 것이다.
“하나님이 그 전 소유보다 갑절이나 주시고…140년을 살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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