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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부채 710兆..나랏빚이 걱정된다

최근 유럽발 재정위기로 국내 재정 건전성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공공부문(공기업+공적금융기관)의 부채가 710조원, 국내총생산(GDP)의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 우리나라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공공부문의 부채는 공식 통계에서 빼야 하며 자산까지 함께보면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부문의 사업에서 차질이 발생할 경우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점에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어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공적부채 GDP의 70% 육박

9일 한국은행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일반정부와 공기업의 부채를 합한 금액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610조8074억원으로 전년동기(496조556억원) 대비 23.1%늘어나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04년 이후 최대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여기에 국민주택기금 등 공적금융기관의 부채(100조원 내외)까지 합하면 710조원 안팎에 이른다. 국민 1인당 1500만원에 이르는 규모다. 일반정부 부채는 국제기준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회보장기구(국민연금 등) 등을 합한 것이며 공기업부채는 자금순환표상 부채에서 주식발행(받은 출자포함)을 제외한 것이다. 자금순환표에서는 주식발행도 부채로 간주한다.

지난해 명목기준 국내총생산(1050조원) 대비 일반정부, 공기업 부채는 지난해 9월 말 현재 59.1%로 전년동기(48.3%)보다 10.8%포인트 상승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교대상 명목 GDP는 해당시점을 기준으로 한 과거 1년간으로 정했다. GDP대비 정부, 공기업 부채의 비율은 2008년 12월 말 52.4%, 올해 3월 말 56.4%, 6월 말 58.4% 등으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아울러 국민주택기금, 예금보험기금, 공적상환기금 등 공적금융기관의 부채는 지난해 9월 말 현재 154조763억원에 이르는데 공적금융기관이 정부로부터 차입한 데 따른 중복상계액(50조원 안팎)을 제외하면 100조원가량도 공적영역의 부채에 속한다.

결국 공적금융기관의 부채까지 합하면 정부, 공기업, 공적금융기관 총 부채액은 710조원 안팎에 이른다. 이 금액의 GDP 대비 비율은 69% 정도다. 이를 지난해 6월 말 인구 4875만명으로 나누면 국민 1인당 1456만원꼴인 셈이다.

■정부 "심각수준 아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국제 기준으로 삼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기준에 따르면 공공부문의 부채는 공식 통계로 잡지 않는다며 포함시키더라도 자산을 감안하면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은 박승환 자금순환팀장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공기업의 금융자산이 158조4000여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공기업의 부채(258조3000여억원)를 빼면 순금융부채는 99조9000억원에 이른다"면서 "같은 시기에 공적금융기관의 금융 자산이 112조4000여억원, 부채가 154조1000억원이기 때문에 순금융부채는 41조7000억원 정도된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공공부문의 자산과 부채를 함께 놓고 보면 순부채는 아직까지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면서 "특히 공기업의 경우 실물자산까지 포함하면 부채 규모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공공부문을 제외하면 지난해 국가 부채는 GDP의 35.6%로 주요 20개국(G20)의 평균치인 75.1%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2.8%로 10%를 넘어선 그리스, 영국 등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의 사업에서 차질이 발생할 경우 국민의 혈세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지난해 합병한 토지주택공사(LH)는 보금자리 사업 등 국책 사업으로 부채가 내년에 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또 4대강 정비 사업을 맡은 수자원공사 부채는 2013년에 15조원에 이르고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한 주요 에너지 공기업 부채를 모두 합치면 2014년에 지난해 대비 70% 늘어난 12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법안 국회서 '낮잠'

이처럼 국가 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지만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국회에 오랜 시간 계류돼 있어 하루빨리 처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8년 18대 국회 개원 이후 국회에 제출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총 75건이며 이 중 처리된 것은 14건이고 나머지 61건은 기획재정위에 계류된 채 여야 간 '4대강' '세종시' 논란 등으로 지난해 4월 이후 단 한 건도 처리되지 못했다.


이 중 지난 5일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국가재정운용계획에 통합재정수지 전망과 대처계획, 목표 등을 포함하고 전년도 계획의 평가·분석보고서, 국가채무관리계획, 국가보증채무관리보고서 등도 첨부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한나라당 심재철,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국회 결산심사 때 시정요구를 받은 사항을 가급적 예산에 반영하고 후속 처리결과를 국회에 제출토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각각 제출했다.

이 밖에 민주당 최규식 의원은 전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안의 성과보고서를 예산안에 포함해 제출하자는 개정안을 낸 바 있다.

/hjkim@fnnews.com 김홍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