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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각] ‘그들만의 리그’된 총여학생회/박준범 대학생 명예기자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09 18:29

수정 2010.02.09 18:29

대학 총학생회는 학생 자치기구지만 책임과 권한이 막중한 단체다. 총학생회가 1년 동안 운용하는 예산은 웬만한 단체를 뛰어넘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학교 당국에 못지 않다. 정치색을 띠고 있는 경우 사회적인 감시와 견제의 수위도 높은 편에 속한다.

“대학 총장의 행보보다 총학생회장의 언행에 학생들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는 말을 보면 대학 내 총학의 비중을 잘 알 수 있다. 대학가에는 총학생회와 유사하게 운영되는 학생 자치기구지만 총학생회와 달리 캠퍼스의 계륵으로 취급받는 ‘총여학생회’가 있다.

총여학생회는 캠퍼스 내 여학생의 복지와 권리, 평등 등을 위해 존재한다.
특히 남학생의 비율이 높은 대학에서 총여학생회의 활동은 두드러진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총여학생회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상관없는’ 식의 수식어를 달게 됐다. 존재의 대상인 여학생들조차 총여학생회의 필요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어 최근 수년간 일부 대학에서는 총여학생회장이 선출되지 못하거나 총학생회의 산하기구로 편입되며 독립성을 상실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은 총여학생회의 태생적인 한계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많다. 성별이 아닌 지성의 구분만이 존재하는 대학은 양성평등에 대한 생각 역시 진취적인 공간이다.

하지만 총여학생회가 캠퍼스의 여학생을 ‘차별을 받는 약한 존재’로 규정하면서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차별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딱히 드러나지 않는 대학 캠퍼스에서 ‘여자라서 일단 불리하다’는 식의 접근 방법은 여학생과 남학생 모두를 불편하게 만든 것.

이는 결국 총여학생회가 호응 없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됐다는 분석이다.

총여학생회의 선출과 운영과정 등에서 남학생들이 배제되는 현상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남학생은 “총여학생회가 여학생들에게 따로 학생회비를 걷는 것도 아닌데 선출에 있어 왜 여성 투표권만 고집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하나의 대학 울타리 안에서 학생들을 대표하는 기구 중 하나라면 총여학생회가 남학생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총여학생회가 진행하는 여러 행사들은 오로지 여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역차별의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지난해 한 대학의 총여학생회는 공약으로 ‘여학생의 자궁경부암 백신 비용 보조’를 내걸었다가 남학생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이로 인해 총여학생회의 존재가 오히려 여학생과 남학생의 편 가르기 행태를 만들어 낸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지금부터라도 총여학생회는 ‘여학생만을 위한’이 아닌 ‘여학생과 남학생이 더불어’를 모토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진행하는 사업마다 쓴소리를 듣고 존폐 논란에 시달리는 여성부의 축소판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jbpark@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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