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하이닉스 첨단기술로 명예 회복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10 05:40

수정 2010.02.09 22:26

20나노미터(㎚)급 낸드플래시 시대가 활짝 열렸다.

최근 ‘기술유출’ 논란으로 인해 ‘자존심’이 상한 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한발 앞서 20㎚급 공정기술을 적용한 64기가비트(Gb) 낸드플래시 기술 개발 사실을 공개하면서 ‘명예회복’과 ‘시장확대’의 두마리 토끼 사냥에 나섰다.

하이닉스의 20㎚급 낸드플래시 개발 발표는 세계 메모리반도체 분야 1위인 삼성전자보다 한발 앞선 것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그간 국내외 주요 메모리 반도체기업들은 올 들어 40㎚급에서 30㎚급으로 공정을 전환하려는 데 급급했다.

그러나 하이닉스가 9일 20㎚급 공정 개발 발표와 3·4분기 내 양산을 공식화하면서 20㎚급 신공정이 대세로 자리잡게 됐다. 이런 추세라면 10㎚급 공정 기술도 조기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첨단 기술로 ‘명예회복’

이번 하이닉스의 반박자 빠른 20㎚급 공정기술 개발을 적용한 64Gb 낸드플래시 개발은 복합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일단 메모리 반도체시장에서 공격적인 신공정기술 적용을 통해 선두인 삼성전자와 격차를 좁히려는 하이닉스의 전략을 엿볼 수 있다. 20㎚급 공정기술을 적용해 생산효율과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려는 게 하이닉스의 속내다.

하이닉스의 20㎚급 64Gb 낸드플래시 개발은 삼성전자와의 기술유출 소송에 휘말리면서 구겨진 명예를 회복하려는 의도도 녹아 있다. ‘하이닉스가 삼성전자의 앞선 반도체 기술을 빼냈다’는 혐의를 받은 시점에서 하이닉스는 첨단 기술 개발 사실을 공개하는 형태로 간접적인 반론을 제기한 것이란 평가다.

동시에 기술유출 소송으로 인해 의기소침해진 하이닉스 임직원의 사기를 높이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임직원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차원의 첨단 공정기술 개발 발표”라며 “20㎚급 기술이 양산으로 이어질 경우 생산성이 높아져 수익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미세 나노미터 경쟁 후끈

무엇보다 하이닉스의 20㎚급 64Gb 낸드플래시 개발은 세계 메모리 반도체시장에서 초미세 반도체 신공정 경쟁을 가열시키는 ‘촉매’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이닉스에 앞서 인텔과 마이크론은 합작법인인 IM플래시테크놀로지(IMFT)를 통해 이달 초 25㎚급 8Gb 낸드플래시 제품을 개발한 사실을 공개했다. IMFT는 올 상반기 내 25㎚급 8Gb 낸드플래시를 양산키로 했다. 이는 세계 최초 20㎚급 공정기술을 적용한 낸드플래시 개발 발표다.

여기에 하이닉스까지 20㎚급 공정기술을 적용한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하면서 초미세 신공정 경쟁은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세계 메모리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도 지난 1월에 20㎚급 공정기술을 적용한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한 상태다. 다만 삼성전자는 30㎚급 공정기술을 적용한 낸드플래시 양산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20㎚급 공정기술 개발 사실 발표가 늦어졌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20㎚급 공정기술을 적용한 낸드플래시 개발 사실 발표가 늦었지만 양산만큼은 앞서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되찾아온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내 20㎚급 낸드플래시 제품을 양산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2년 90㎚급 제품을 발표한 이후 거의 매년 10㎚씩 줄여오면서 경쟁사와 격차를 벌렸다.

■왜 초미세 신공정에 매달리나

국내외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이 초미세 신공정 경쟁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생산성 향상에 있다.

메모리 반도체 공정에서 ‘㎚’로 불리는 회로의 선폭 크기를 최소화해 집적도를 높일수록 반도체의 생산성과 성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공정’은 반도체 회로와 회로 사이의 폭을 ㎚급으로 만드는 것이다. 1㎚는 10억분의 1m로 머리카락 굵기의 약 2000분의 1 수준이다.


이달 초 삼성이 발표한 30㎚급 D램은 기존 40㎚급 D램보다 생산성이 60%가량 높다. 더욱이 50∼60나노미터급보다 두배 이상의 원가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시장이 회복기로 돌아서면서 국내외 기업들이 부족한 공급을 극대화하기 위해 초미세 공정개발에 매달리고 있다”며 “그러나 초미세 신공정을 무리하게 앞당기면서 수율 하락과 가격약세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전했다.

/hwyang@fnnews.com 양형욱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