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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휴대폰 충전기 표준 ‘찬밥’

권해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10 16:58

수정 2010.02.10 16:58

우리나라가 국제표준으로 제안한 휴대폰 충전단자 규격(20핀)이 곧 정식표준으로 승인을 얻을 전망이지만 국내외에서 제 역할을 못해 도태될 위기에 처했다.

해외에서 다른 국제표준 후보인 '마이크로USB'가 빠르게 세를 불리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규격은 표준으로 정해져 있는 국내에서조차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국내에 들어오고 있는 외산폰들은 아예 국내 표준을 무시한 채 마이크로USB 규격을 달고 국내에 들어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10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회의에서 20핀 규격을 국제표준으로 제안했으며 연구반의 2차 검토를 거쳐 이달 중순께 정식표준으로 승인을 얻을 전망이다.

이로써 20핀 규격은 유럽형이동통신방식사업자협회(GSMA)에서 제안한 마이크로USB 규격, 중국이 제안한 '미니USB' 규격과 함께 국제표준으로 경쟁을 벌이게 됐다. 문제는 20핀 규격이 국제표준으로 활약할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이 10일 출시한 미국 모토로라의 '모토로이' 스마트폰은 마이크로USB 충전단자를 장착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캐나다 림의 '블랙베리'나 일본 소니의 '엑스페리아 X1' 스마트폰도 마이크로USB 단자를 탑재했다.

지난해 말 한국에서 선을 보이며 스마트폰 바람을 일으킨 애플의 '아이폰'은 국제표준과 관계없는 자체 충전단자 규격을 탑재하고 있다.

이처럼 외산폰들이 국내 표준인 20핀 충전단자를 무시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업체들조차 20핀 규격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와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2007년 합의를 거쳐 2008년 하반기부터 신규 휴대폰에 20핀 충전단자 규격을 탑재하고 있다.

그러나 제조사들은 저렴한 원가 때문에 여전히 휴대폰 충전기와 배터리팩은 주로 옛 24핀 규격을 채택해 생산하고 있다.

또 휴대폰 제조사들이 20핀 규격의 휴대폰과 24핀 충전기를 호환시키기 위한 젠더를 별도로 공급하고 있는 점도 규격통일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는 휴대폰 제조사들이 젠더 공급을 중단토록 해 20핀 규격을 확산시키려고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만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젠더가 언제 빠질지는 미지수다.

반면 외국 표준인 마이크로USB는 대대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 관계자는 "올해부터 북미에서 마이크로USB 규격이 본격적으로 확산돼 내년 하반기엔 거의 100% 이 규격을 적용할 전망"이라며 "현지 수요를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수출하는 휴대폰에도 마이크로USB 규격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휴대폰 제조업체와 이동통신 업계에선 국내에서도 마이크로USB 규격을 따르는 게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길이 아니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아직까지 국내 20핀 규격을 해외에 확산시킬 구체적인 방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20핀 규격이 이어폰 단자와 통합해 쓸 수 있다는 등의 장점을 알려 해외에서도 확산시킬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postman@fnnews.com 권해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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