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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북] 과잉생산이 바꾼 거버넌스의 기원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10 18:38

수정 2010.02.10 18:38


■과잉생산, 불황, 그리고 거버넌스(이재광/삼성경제연구소)

오늘날 우리는 풍요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일상용품에서부터 자동차, 반도체, 선박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상품이 범람하고 있고 대형 마트를 비롯해 기업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파격적인 할인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넘치는 풍요와 과잉생산은 무한경쟁과 과도한 소비를 유발함으로써 개인이나 기업은 물론 심지어 국가까지도 과잉채무로 인한 위기에 직면하게 하고 실업, 환경오염 등 수많은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과잉생산의 원인은 무엇이고 이것이 우리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이코노미스트의 경제전문기자 겸 지역연구세터 소장인 이재광 박사가 저술한 ‘과잉생산, 불황, 그리고 거버넌스’는 과잉생산으로 인해 오늘날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정치·경제·사회의 현실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들을 이해하는 유익한 틀을 제공한다.

현대사회는 신기술의 발달과 생산능력 향상으로 공급이 유효수요를 초과하는 과잉생산 상황에 놓여 있다. 저자는 1970년 이후부터 40년간 지속돼 오고 있는 이러한 과잉생산은 그 동안 전쟁이나 대공황 같은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고 소비 능력을 초과하는 과잉소비가 존재했으며 과잉생산으로 인해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가 재정 투입 등을 통해 이를 해소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과잉생산은 기업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몰고 이러한 과잉경쟁은 사회 전체로 파급됐다. 아울러 과잉생산은 과잉소비와 개인, 기업, 그리고 국가의 과잉채무를 수반했다. 또 과잉생산은 기업의 이윤율을 저하시킴으로써 원가절감 노력에 따른 실업을 유발하며 이 밖에도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한다.

▲ 과잉생산은 무한경쟁을 부추겨 시민의 권력을 강화시켰고 경제에 미치는 기업의 힘을 키워 정부 권력을 약화시켰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업과 시민에게 다가서려는 고객지향 행정을 펼칠 수밖에 없게 됐다. 이것이 거버넌스의 등장요인이다.

이러한 과잉생산 경제는 정부가 직면한 환경을 변화시켰다. 과잉생산 경제는 민간부문뿐만 아니라 공공부문의 경쟁 또한 심화시켜 정부는 민간 부문의 경쟁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기업이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것처럼 정부 역시 시민의 다양한 욕구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했다. 정부는 또한 시민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창출하는 소중한 동력이며 한 나라 또는 한 지역의 경제를 좌우하는 기업 역시 더욱 막강한 고객으로 대해야 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정부의 권력이 약화되었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처럼 변화된 환경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저자는 ‘과잉생산경제가 만든 환경 변화에 대한 정부조직의 대응 양식’이 거버넌스라고 정의하고 ‘조직이념으로서의 고객지향행정과 조직혁신으로서의 탈관료제, 그리고 조직 보완으로서의 정책 네트워크’를 거버넌스의 ‘세 가지 구성요소’로 제시하고 있다. 즉 정부는 고객인 시민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러한 고객지향의 이념을 실천하기 위한 방안으로 조직 혁신을 통해 기존의 관료제를 탈피해야 하며 탈관료제를 통한 조직 혁신만으로는 충족시키기 어려운 시민의 참여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정책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거버넌스란 시민과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정부조직의 특정행위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30%이상의 과잉생산인 상황에서도 2009년 상반기 동안 세계 주요 15개 국가가 자동차기업에 총 20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원했다.

저자는 이러한 과잉생산경제는 정부가 채무를 감당할 수 있는 한 계속될 것이고 정부가 더 이상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세계경제는 대혼란에 빠지게 되고 과잉생산 경제는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라고 경종을 울린다. 북코스모스 대표 최종옥

/ceo@bookcosm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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