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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생선값 오른 만큼 시장 찾는 발길은 줄어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11 05:15

수정 2010.02.10 22:34

"지난해에는 1만원 안팎의 실속형 선물이 주로 팔렸다. 올해는 3만∼5만원대 상품이 많이 나간다."

요즘 백화점, 마트 등 대형 유통업계는 설 특수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고가 선물세트도 잘 팔리고 있다. 하지만 재래시장은 여전히 얼음장이다. 여기에 일부 설 성수품마저 가격이 인상돼 재래시장을 찾는 고객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있다.


■대형 유통 '맑음'

10일 찾은 홈플러스 동대문점은 한정 수량인 1만5000원짜리 아동 한복을 사려는 주부와 아이들로 붐볐다. 주부 박모씨(43)는 "전문 한복점에서 사려면 10만원을 훌쩍 넘는다"며 "1년에 한두번 입는데 큰 돈 들이기 아깝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의류매장에서 3만원 이상 구매시 사은품을 증정하고 5만원 이상 사면 5000권 상품권도 주고 있다.

2만원 상당의 사과 한박스(5㎏)도 9800원에 팔고 제주 참조기 5마리를 3900원에 파는 등 초저가 할인 공세로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이런 특수로 인해 홈플러스 동대문점은 지난 1주일간 선물세트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20% 증가했고 택배물량도 2배를 넘어섰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경기가 조금씩 풀리고 있는데다 다양한 특가전으로 소비자들이 대형마트를 많이 찾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주요 백화점들이 한정판매한 고가 선물세트도 고공행진을 펼쳤다.

롯데백화점은 이날까지 60만원짜리 친환경 유기농 한우세트(4.2㎏) 50개와 명품한우세트(4.2㎏) 50세트가 모두 팔렸다.

현대백화점은 순금 성분이 들어있는 사과·배 세트인 '천수금과 세트'(18만원) 150개를 비롯해 친환경 한라봉세트(8만5000원) 1500개, 제주흑한우 세트(30만원)는 조기 매진됐다.

신세계백화점은 30년 이상된 대형 랍스터 선물세트(50만원)와 5마리에 120만원인 굴비세트가 모두 품절됐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올해 처음 선보인 25만원짜리 타조알 세트(4개입)가 10개 이상 판매됐다.

신세계백화점 홍정표 마케팅팀장은 "올해는 경기회복으로 선물세트 매출이 크게 늘었다"며 "특히 고가 선물세트 매출이 큰 호조를 보였다"고 전했다.

■재래시장은 '흐림'

"경기가 살아났다고? 우리한테는 남의 이야기지…."

10일 낮 12시께 서울 중구 신당동 중앙시장은 한산했다. 평일 오후를 감안하더라도 설을 코앞에 둔 대목이라는 분위기가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시장 중앙 통로 양쪽으로 늘어선 상점에는 장보러 나온 사람이 채 50명도 안됐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제수용품 가격을 올렸던 상인들은 한숨만 쏟아냈다.

중앙시장은 보름 전과 비교해 제수용품 물가가 대부분 10% 이상 올랐다. 지난달 27일과 비교해 조기 5마리가 8000원에서 1만원, 배추 1포기가 2500원에서 3000원, 부사 사과 1㎏이 4000원에서 5000원, 배 15㎏ 1상자가 3만5000원에서 4만5000원, 명태 1마리가 3000원에서 4000원, 달걀(왕란) 30개가 4300원에서 4500원으로 가격이 뛰었다.

수산물 상인 이모씨(65)는 "그래도 설이라 물건을 많이 받아놓았는데 놀고만 있다"며 "지난해 설보다 20∼30%는 더 매출이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삼영정육점 주인 이모씨(60)는 "설이라고 특별히 장사가 잘되지는 않는다"고 했고 옆 청과물가게 주인도 "예전에는 설 대목을 15일 전부터 잡았는데 올해는 지금까지 특수를 느낄 수가 없다"고 전했다.

인근 이천상회와 중구축산을 비롯한 모든 상인들도 "설 대목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시장을 찾은 주부 이모씨(55)는 "설 대목인데 시장에 사람이 너무 없다"며 "나도 설 준비하러 온게 아니라 저녁 찬거리 사러 나왔다"고 말했다.

중앙시장 박정원 상인회장은 "재래시장에서 설 대목이 실종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며 "경기가 다들 나아졌다고 하는데 도대체 재래시장만 못느끼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박 회장은 "그래도 아직 설이 며칠 남았으니 남은 동안 반짝 특수라도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대형마트나 백화점, 기업형슈퍼마켓(SSM)들로부터 상권을 되찾지 않는 이상 재래시장은 1년 내내 기지개를 켜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손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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