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 모처럼 찾아온 명절 특수 덕분이다. 요즘 백화점과 대형 마트는 줄을 잇는 고객의 발길로 인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덕분에 설 선물 배달 수요가 늘어난 택배업계도 덩달아 신이 났다.
반면 서민이 주 고객층인 재래시장 상인들은 농수산물 값 급등과 짧은 연휴 탓에 예년보다 매출이 감소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설을 앞두고 사과·배·밤 등 11개 성수품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설 물가 안정을 위해 명태와 사과 등에 대해 공급량을 최대 5배까지 늘렸다.
■백화점·마트 바쁘다
본격적인 설 연휴를 앞두고 대형 할인마트 3사가 60∼70%의 매출 상승을 보이고 있다. 롯데마트의 경우 65%가량 총매출이 늘었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보다 매출이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특성상 목요일부터 매장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 매출은 더욱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마트측은 "대목을 앞두고 당연한 성장"이라고 말했다.
지역도 설 특수를 누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상공회의소가 '부산지역 소매유통업 설 경기동향'을 조사한 결과 올해 설 특판기간 유통업체 매출액이 지난해에 비해 평균 20% 신장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업태별로는부산 6개 대형 백화점의 경우 대형 점포 신규 개점 등에 힘입어 46.3%라는 높은 매출신장률이 기대됐고 슈퍼마켓 41곳의 매출액도 11.1%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설 연휴가 예년에 비해 짧아 귀성을 포기하고 부산에 머무르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택배업계도 주요 거래처인 각종 쇼핑몰 등에서 배송주문이 쏟아지면서 2월 한 달간 사상 최대인 1억2000만 박스의 물량이 처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올 설에 뚜렷한 명절 특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계속되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재래시장 한숨
그러나 재래시장은 여전히 썰렁한 모습이다. 이날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상인들은 점포마다 '폭탄세일' '가격파괴' 등의 팻말을 걸어놓고 호객을 하고 있으나 사람들은 크게 붐비지 않았다.
'장사가 잘 되느냐'는 질문에 상인들은 하나같이 격앙된 목소리로 '보면 모르겠냐'며 해가 거듭될수록 남대문시장을 찾는 이들은 줄어들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채소와 일부 생선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손님들의 발걸음은 더욱 뜸해졌다. 수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지난주까지는 동태나 갈치를 아예 안들여왔다"며 "너무 비싸서 사가는 사람이 없어서 안 들여왔는데 이번주는 설이 있고해서 비싸도 사가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 들여왔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에서 40년 동안 장사를 해 온 정효신씨는 "마트가 생기고 난 후부터 재래시장은 죽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설 성수품 소폭 오름세
농수산물유통공사(aT)가 지난달 29일과 이달 5일, 9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전국의 재래시장과 대형 마트에서 팔리는 설 성수품의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배추와 사과, 북어의 가격이 다소 올랐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품목은 한국전통음식연구소가 선정한 4인 가족 기준 설 차례상을 차리는 데 들어가는 28개 식재료들이다.
조사 결과 28개 품목 전체를 사는 데 드는 비용은 재래시장의 경우 지난달 29일 19만6073원에서 이달 9일 19만8045원으로 소폭(1.0%)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대형 마트는 같은 기간 26만6486원에서 26만5472원으로 0.4% 떨어졌다.
다만 품목별로는 등락이 엇갈렸다. 배추(300g)는 재래시장에서 지난달 29일 298원이던 게 이달 9일 444원으로 49.0% 폭등했고 대형 마트에서도 214원에서 273원으로 27.6% 뛰었다. 사과도 재래시장에서는 7400원에서 7905원으로 6.8%, 대형 마트에서는 6466원에서 8905원으로 37.7% 인상됐다. 북어는 재래시장에서 이 기간 8.6%, 대형 마트에서 5.2% 올랐다.
차례상에서 비용 부담이 가장 큰 쇠고기의 경우 재래시장에서는 가격 변동이 없었지만 대형 마트에서는 양지 1등급이 지난달 29일 1만8323원(300g)에서 이달 9일 1만9100원으로 4.2% 올랐다.
그러나 우둔 1등급(1.8㎏)은 같은 시기 8만5350원에서 7만8025원으로 8.6% 빠졌다. 품목에 따라 오른 게 있는 반면 값이 떨어진 것도 있는 셈이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최갑천 박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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