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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의장 “출구전략 적기 시행 만반의 준비 갖췄다”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12 05:35

수정 2010.02.11 21:40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10일(이하 현지시간) 출구전략 실시 가능성을 내비치며 처음으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아직은 미국의 경기회복이 궤도에 오르지 않은데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럽발 재정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그 시기는 일러야 올 연말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이날 미국 증시에서 버냉키 FRB 의장의 출구전략 가능성 제시에도 불구하고 실행 시기가 아직은 멀었다는 판단으로 다우지수는 0.20%, 나스닥지수는 0.14% 떨어지는 데 그쳤다.

■출구전략 실행 만반의 준비 갖췄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출구전략을 제때 시행할 준비가 충분히 갖춰져 있는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출구전략의 방법론과 수순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이전에도 출구전략 가능성을 시사한 적은 있었지만 출구전략의 구체적인 수순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버냉키 의장은 출구전략 시행 수순으로 △국채 및 정부 보증채 은행에 매각 △은행 지급준비금 초과분에 대한 이자율 인상 △정책금리 인상을 제시했다.


우선 금융위기 때 은행에 유동성 공급을 위해 담보로 확보했던 국채 및 정부 보증채를 은행에 되팔아 은행의 유동성을 줄이고 은행 지급준비금의 초과분에 대해 지급하는 이자율을 인상해 시중에 풀린 자금을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FRB가 초과지급준비금에 대해 금리를 올리면 시중은행의 입장에서는 기업·가계 대출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안전한 FRB에 지급준비금을 추가로 적립할 가능성이 높아 유동성 환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FRB는 그 이후에 시장여건이 형성되면 정책금리를 인상할 계획이다.

■금리인상은 일러야 올해 연말 전망

버냉키 의장은 처음으로 출구전략의 구체적인 수순을 내놓았지만 금리인상 시기는 일러야 올 연말로 예상되고 있다.

그 역시 현 단계에서는 미 경제가 여전히 경기부양적인 통화정책을 필요로 하고 초저금리 기조를 '상당기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한데다 유럽발 재정위기 우려 등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기 때문이다.

10일 CNN머니에 따르면 버냉키 의장이 출구전략의 첫 단계로 언급한 자산매각과 관련해서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 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다시 경기침체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FRB는 여전히 자산을 사들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첫 단계 실행 시기가 늦게 되면 최종 단계인 정책금리 인상 시기는 그만큼 늦어지게 된다.


바클레이스 캐피털의 미첼 마이어 이코노미스트는 "버냉키 의장이 출구전략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지만 상당기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뜻을 밝혔다"고 말하면서 당분간은 FRB의 현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슨 수석 경제분석가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으로 FRB가 조만간 어떤 의미있는 긴축정책을 구사할 의향이 없다는 점이 명백해졌다"면서 "적절한 시점에 긴축을 하겠다는 발언은 그런 일이 조만간은 없을 것이란 말과 같다"고 주장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월 전문가들의 예상을 기준으로 FRB가 오는 11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kkskim@fnnews.com 김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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