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제약사 명절선물 ‘혹독한 다이어트’

조성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12 06:05

수정 2010.02.11 21:44

# 2009년 설. A제약사 영업사원 B씨는 주요 거래병원의 의사들에게 위스키를 선물했다. 의사들의 품격을 고려해 고가의 위스키를 준비하다보니 비용도 700여만원이 들었다. 물론 선물비용은 회사에서 부담했다. 다른 회사의 영업사원들도 뮤지컬공연티켓, 백화점상품권 등 선물을 받는 사람 기준으로 1인당 30만원 안팎의 선물을 했다.

# 2010년 설. C사는 주요 거래 병원 관계자들에 대한 선물로 김세트를 준비했다. 선물세트 가격은 2만∼3만원대. 지난해에 비해 선물 비용이 10분의 1로 줄었다.
다른 제약사들이 마련한 선물도 양말세트, 참치세트 등으로 많아야 5만원을 넘지 않았다.

정부의 약가 리베이트 근절 대책 이후 달라진 제약사와 우수고객(병의원)간 선물 풍속도다.

지난해에는 10만원 이상의 선물들을 제공했지만 올해는 많이 간소화된 모습이 눈에 띈다.

이는 명절을 맞아 우수고객에 대한 감사의 표시는 하되 자칫 고가의 선물을 할 경우 리베이트로 오해받아 정부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고강도 리베이트 근절책이 어느 정도 약효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리베이트 근절 여파, 명절 선물 간소화

정부의 리베이트 근절책은 그동안 리베이트를 제공받는 의사 처벌을 놓고 논란을 빚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리베이트 근절책의 가닥이 리베이트를 주고 받는 쌍방 처벌로 잡혀가면서 그동안 공공연하게 리베이트를 요구해오던 의사들도 사라졌다는 것이 제약업계 영업사원들의 전언이다.

국내 한 제약사 관계자는 “병의원이나 제약사 양쪽 모두 리베이트로 오해받을 수 있는 활동은 자제하고 있다”면서 “마케팅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새해 첫 명절인 설 선물도 예년보다 대폭 간소화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병원에서 (리베이트로 오해를 받을 까) 부담스러워서 명절 선물을 거절하거나 아예 영업사원을 못오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 사당동 시원산부인과 조은정 원장은 “예년에는 명절 선물로 고가의 문화 공연티켓을 준비해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는 올리브유, 김, 조미료 등 수수한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중앙대병원 이혜인 전문의(피부과)도 “올해는 치약 칫솔 세트 등 간단한 선물들을 주로 가져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명절 선물은 업계가 자율협약으로 하지 않기로 합의한 사안이지만 우수고객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 사회 통념상 이해가 되는 수준에서 선물을 마련한 것이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국제약협회는 지난해 말 ‘의약품거래에 관한 공정거래 규약’을 만들고 설, 추석, 생일 등 명절이나 기념일에 제약사들이 보건의료전문가에게 선물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제약사 판매비용 감소 경향

이 같은 경향은 지난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정부가 리베이트 약가인하 연동제를 실시한 이후 국내 상위 제약사의 마케팅 비용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리베이트 약가인하 연동제는 리베이트 영업 행위가 적발될 경우 해당 회사 제품의 보험약가를 20% 깎는 제도이다.

동아제약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판매관리비 비율은 2008년보다 2.8%포인트 줄어든 47.1%로 집계됐다. 유한양행도 지난해 4분기 31%로 전년 동기보다 3%포인트 줄었다.


3월 결산법인인 대웅제약의 판관비율 역시 지난해 32.4%로 전년 같은 기간 39.8%보다 7.4%포인트 감소했다. 녹십자도 전년 같은 기간 26%보다 4.5%포인트 낮아졌다.
중외제약도 지난해 4분기 31%가량으로 전년에 비해 4%포인트가량 감소했다.

/talk@fnnews.com 조성진 김태호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