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저혈당, 당뇨병과 무관하게 올수 있다

김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14 08:36

수정 2010.02.12 09:44

저혈당 증상은 대개 당뇨병 환자들과 연관된 것으로만 인식돼왔다. 당뇨병 환자가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주사나 약물을 과도하게 사용했거나 사용 후 음식을 먹지 않았을 경우 오는 증상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저혈당은 인슐린 과다분비, 전신적 호르몬 이상 등의 다양한 원인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원인을 모르고 방치하다간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음으로 초기증상을 알아둬 미리 대응하는 것이 좋다.

■당뇨병 아니면 의심도 안해 자칫 심각한 결과 초래

한양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김동선 교수는 “당뇨병에 안 걸렸으면 저혈당과 무관하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문제”라며 “약한 저혈당 증상은 쉽게 눈에 띄지도 않아 일반인들이 의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한 중년여성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이 여성은 새벽에 잠을 약간 설치며 악몽을 종종 꾸고, 깨어나도 힘 없이 머리가 무겁고, 가끔 손이 떨리는 정도의 증상만 보였다. 김 교수는 “악몽을 꾸는 것이 저혈당과 관련돼 있다는 것을 대부분의 환자들이 모르기 때문에 진찰받을 때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의사가 종합적으로 들으면 의심할 수 있는 하나의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저혈당 증상 자체는 대개의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면 곧바로 완화된다. 순천향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홍성호 교수는 “일반적으로 저혈당 증상이 오면 사탕 1개나 설탕물 1잔 정도만 먹어도 5∼10분 이내 호전된다”며 “하지만 저혈당의 원인이 심각한 질병일 경우도 있다”고 조언했다.

■암이나 내분비계 문제일수도…저혈당 자체도 위험

일상생활에서 일시적 저혈당을 경험할 경우 질병때문이 아닐 수 있다. 갑작스런 과음이나 과격한 운동 등으로 일시적 체내 혈당이 떨어져 어지러움이나 쇠약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퀴놀론계열 항생제나 베타차단제 등의 약물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심각한 원인이 존재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인슐린을 생산하는 췌장에 종양이 생겨도 인슐린을 과다분비해 저혈당이 올 수 있다”며 “그 밖에도 간암, 십이지장암 및 뇌하수체 기능저하증 등 전신적 호르몬 이상 때문에도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위암 등으로 위장우회수술을 받은 경우엔 음식이 장을 너무 빨리 지나가 인슐린 분비가 급증해 저혈당이 올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이러한 경우 원인을 모르고 방치하면 더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혈당 자체도 너무 심하게 오면 생명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홍 교수는 “극심한 저혈당의 경우 의식불명이 와 혼수상태로 빠질 수 있으며, 아주 심할 경우엔 뇌손상이나 쇼크사까지도 가능하다”며 “과음으로 인한 급성알콜중독증, 간질환, 콩팥질환 등이 급성으로 저혈당을 초래하는 경우가 일례”라고 밝혔다.

따라서 전문의들은 공복시 어지러움, 새벽의 악몽 및 쇠약감 등의 증상이 느껴질 경우 병원에서 모든 증상을 설명한 뒤 종합 진찰을 받을 것을 권장했다.
김 교수는 “특히 암이나 심각한 내분비계질환은 빨리 검진할 수록 치료에 영향을 주므로 저혈당을 단순한 피로 등으로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kueigo@fnnews.com 김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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