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설날 연휴에 확인하는 가족 사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12 10:31

수정 2010.02.12 10:28

사흘 동안의 설 연휴가 시작됐다. 그러나 고향 찾아 가는 길은 그리 쉽지 않다. 전국적으로 눈 또는 비가 내린다는 예보다. 한풀 꺾인 줄 알았던 추위마저 다시 엄습하고 있다. 영하의 새벽 추위가 낮에도 옷깃을 파고 든단다. 그러나 아무리 날씨가 시샘을 해도, 비록 고향 가는 발길이 설설 기어가도, 이 즐거운 마음을 어이하랴. 오늘은 7000만 민족의 명절 설날인 것을.

손 발은 시렵고 뺨은 얼어도 곱게 차려 입은 한복의 멋은 자랑스럽기만 하다.

어른에게 세배 드리고 칭찬과 격려의 말씀을 들으니 마음조차 푸근해진다. 두둑한 세뱃돈은 지갑을 풍요롭게 하고 둥글게 둘러앉아 먹는 떡국은 진수성찬 부럽지 않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날만큼만 하라는 날이 왜 가을 한가위뿐이랴 눈 비 얼음속에 맞는 설날도 넉넉하기는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가족이 만난다. 우리는 그동안 가족을 너무 잊고 지냈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니까 급기야는 다섯 집 가운데 한 집 꼴로 1인 가구가 늘어났다. 여성가구주 비율도 22%를 넘고 부모 없이 조부모와 함께 사는 조손(祖孫)가구도 급증세에 있다. 세계적 추세 운운 하지 마라. 가족 해체를 앞서 겪고 있는 나라에서는 고독과 상실에 몸부림치는 개인이 늘고 있지 않은가. 행복의 원천인 가족을 이 모양 이 꼴로 만든 것은 우리의 이기심 때문이지 세계화 때문이 아니다. 연휴 사흘 동안에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기회가 된다면 정말 2010년의 설날은 보람찰 것이다.

가족이 만나면 이런 얘기 저런 얘기로 꽃을 피울 것이다. 그 화제조차 정치 얘기로 낭비하지 말길 바란다. 세종시가 어떻고 박근혜가 어떻고 다 부질 없는 얘기다. 벌어먹고 살기가 바빠 마음에 여유가 없습니다 하지 마라. 새들에게도 모이를 주시는데 하물며 사람에게 안 주시랴 하는 말씀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가족간의 대화는 존경하고 위로하는 자리여야 한다.

땀과 눈물, 정성과 열심을 다짐하는 자리여야 한다. 복을 받기 원하고 소원 성취를 비는 마음은 사랑에 기초해야 꽃을 피운다.
가족간의 사랑을 확인하는 설날이야말로 하늘이 내린 민족의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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