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판매사 이동제 시행을 계기로 증권사와 은행 간의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먼저 칼을 빼든 곳은 증권사. 펀드 판매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증권사가 대대적인 광고에 나서면서 고객 뺏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증권이 자사 관리브랜드인 'POP' 캠페인에 KBS 주말 예능 프로그램인 '해피 투게더-남자의 자격'팀을 모델로 내세운 것을 비롯해 대신증권은 가수 이문세를 통해 펀드 판매사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가수 겸 제작자인 박진영으로 고객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반면, 수비에 급급한 은행권은 증권사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에 다소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전국은행연합회는 펀드 이동제와 관련해 직·간접적인 이윤 및 서비스 제공을 규제한다는 금융감독원의 방침을 증권사들이 지키지 않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방침을 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 판매사 이동제 광고 심의와 관련해서도 적극적인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은행권의 로비가 있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사실이 어떻든 중요한 것은 증권사나 은행이나 제도 시행의 취지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펀드 판매사 이동제는 투자자들이 비용 부담 없이 질 좋은 펀드 판매사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하자는 제도다.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은 엿보이지 않고 고객 확보와 트집 잡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미스터리 쇼핑'(고객을 가장해 방문, 지점의 서비스 및 고객 상담 수준을 평가)에 나섰던 한 자산운용사 직원은 "일선 창구에서 펀드 상담을 받아보면 용어조차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펀드를 판매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고객을 잃지 않으려고 뺏으려고 다툼을 벌이기 전에 자사의 펀드 판매 서비스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부터 확인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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