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융합의 포스코 ‘소통’ 올인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15 17:23

수정 2010.02.15 17:23

"신뢰는 포스코의 아이덴티티(정체성)이고 그 기반은 소통이다. 포스코의 임원이 되려면 소통을 잘해야 한다."(2010년 신년사)

"앞으로 승진의 첫 번째 자격은 바로 소통 능력이다."(1월 임원회의)

"소통과 신뢰의 가장 핵심적인 계층은 직원들과 직접 대화를 하면서 소통하는 반장, 파트장, 공장장들이다."(2월 사운영회의)

정준양 포스코 회장(62)이 '2018년 매출 100조 시대' 도약을 위한 카드로 '소통(疏通)'을 선택했다. 올 들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쩍 '소통'을 강조하는 이유다.
그룹사·협력사 등 포스코 패밀리 간 인사 소통, 고객사와의 소통, 직원들 간의 소통 등이 해당된다.

특히 이달 말 있을 상임이사 교체에 따른 연쇄인사로 경영진이 한층 젊어지는 만큼 'CEO 중심의 소통'에서 패밀리 구성원 간의 '역동적인 소통'으로 분위기가 달라질 전망이다.

이 같은 '정준양식 소통철학'은 오는 26일 정기주총 이후 조직개편 및 대규모 인사에서 상당폭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큰 틀에선 '소통형 조직'으로 변화가 예상된다. '오픈 커뮤니케이션 사무국'을 별도조직으로 만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회장 직속라인으로 그룹 내 의사 소통(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는 동시에 중요한 결정 사안에 관한 의견 수렴, 조정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책임자로 외부 전문가를 영입한다.

그동안 '소통'은 경영자의 단골메뉴이긴 했지만 실제 조직 내부로 현장 깊숙이 전달되는 일이 쉽지 않다는 단점을 보완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정 회장은 "포스코의 종적·횡적 커뮤니케이션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 나가겠다"고 말했었다.

이를 그룹사 간의 '소통'으로 확대한다. 계열사 간 칸막이를 없애고 본사와의 인사교류를 확대하는 식이다. 정 회장은 직원들에게 "조직 간 벽의 높이가 허리 정도 수준이라면 이제는 무릎 아래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했다.

좋은 자리에 눌러앉는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이미 부서 간 순환보직도 의무화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정 회장의 지시로 서울 대치동 사옥 4층에 만든 직원 창의휴식 공간인 '포레카(POREKA)'도 소통을 위한 측면이 크다. 부서 간 직원들이 직급에 관계 없이 편하게 대화하고 업무적, 감성적으로 소통하라는 뜻.

실제로 정 회장은 올 들어 직원들과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직원들의 애로사항이나 건의를 듣고 회사 문제를 터놓고 이야기하는 'CEO와 대화'도 이의 일환이다.

18일 서울사무소 직원을 만나고 3, 4월에 광양, 포항제철소 직원들의 목소리를 잇따라 듣는다. 이어 출자사와 중소협력사 직원들과도 만난다.

또 설 전인 지난 11일 정 회장은 포스코 및 계열사 전 직원들에게 '포스코의 혁신과 소통을 강조하는' 내용의 동영상 'CEO 레터'를 e메일로 보냈다. 단순히 편지글 형태가 아닌 동영상 'CEO 레터'는 처음이었지만 앞으로는 이를 매달 보낼 계획이다.

이처럼 정 회장이 '소통'에 올인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향후 대형 기업을 인수해 성공작으로 만들기 위해선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 전혀 다른 조직 구성원들의 다른 문화를 흡수하기 위해선 소통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보는 포스코의 '상명하복' 식의 문화를 털어내고 새로운 문화와의 융합이 그것. 하지만 포스코는 이 같은 경험이 별로 없다. 최근 추진 중인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에 성공하면 타 업종으론 처음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가 올해 '글로벌 종합소재기업으로 국내외 사업 확장(포스코 3.0시대)'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이를 연착륙하기 위해선 포스코 패밀리 구성원들 간의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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