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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처럼 날갯짓하는 로봇 비행체 하늘 점령

조성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16 06:40

수정 2010.02.15 20:26

# 1903년 12월 17일 오전 10시35분 미국 노스케롤라이나 키티호크. 라이트 형제는 인류 최초로 엔진을 단 비행기를 타고 12초간 37m를 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새들의 날갯짓을 비행기의 방향전환방법으로 이용했다.

# 2010년 2월 12일 오전 10시35분 한국의 대전 구성동 KAIST 캠퍼스. 상공에 한 마리의 새가 21초간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을 날다가 잔디밭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늘을 나는 모습은 영락없는 새이지만 사실은 로봇 비행체이다. 인류가 새의 모습을 본떠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만든 지 한 세기가 지난 후 로봇으로 새의 모습을 구현해낸 것이다.

새, 곤충, 박쥐 등을 모방한 날갯짓 소형 무인 비행체(MAV : Micro Air Vehicle) 개발이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기존 여객기와 헬리콥터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는 데다 추락가능성이 낮아 군사적인 목적으로 활용성이 크기 때문이다. 2020년께 선진국들은 로봇새를 무인 전투플랫폼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까치크기 로봇새 개발

KAIST 항공우주공학과 한재흥 교수 연구팀은 조류의 날갯짓 운동을 구현함으로써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비행이 가능한 MAV 'SF-5'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한 교수팀이 개발한 SF-5는 까치 정도 크기로 양 날개를 모두 폈을 때 20㎝ 정도이다. 1m 정도의 큰 사이즈 로봇새도 개발했다.

연구팀은 현재 SF-5의 날갯짓을 정밀 분석하는데 중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자연계의 날갯짓 비행체는 여러 환경과 조건에 따라 날갯짓 운동 횟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상용 가능한 비행 기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변수를 잘 예측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날갯짓 비행체의 유연한 날개 운동에 의해 발생되는 비정상 공기역학, 날개의 유연체 구조 동역학, 이들의 유체-구조 연계를 고려한 날갯짓 비행체의 비행 동역학적 특성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또한 실제 날갯짓 비행체의 비행을 고속카메라로 촬영, 영상 분석을 통해 비행 동역학적 특성을 살펴보고 이를 연구실에서 개발한 통합 시뮬레이션 결과와 비교 분석하고 있다.

연구팀은 1∼2년 내에 별다른 조정 없이 목표물의 좌표를 지정해주면 자동으로 비행할 수 있는 MAV를 내놓을 예정이다.

■기존 비행체 기동성 한계 극복

새의 경우 알을 잔뜩 밴 무거운 몸으로도 무리없이 날 수 있고, 비행 속도를 조절해 흐트러짐 없이 먹이를 낚아채는 사냥도 가능하다. 큰 새들은 상황에 따라 날갯짓과 활공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잠자리는 뒤로도 비행을 한다. 이를 항공기술에 접목하면 기존의 비행체들이 갖고 있는 기동성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실제 이를 과학적으로 구현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전통적인 항공기술에 소형 전원 및 구동 장치 기술을 접목해야 하고 실제 새의 비행에 대한 동물학적인 연구와 이를 공학으로 연결시키는 통계학적 관점도 필요하다. 복잡한 물리 현상에 대한 모델링을 수행하고, 그들의 상호 연계를 통해 가장 효율적이고 유연한 날개 구조와 날갯짓 운동학적 변수를 선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 교수는 동물학자들과 협력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 교수는 "로봇·항공·동물학자들로 구성된 해외 학회에 참석하기도 하고 해외 곤충학자들과의 공동연구 등을 통해 MAV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세대 소형 무인 비행체로 주목

MAV는 매우 좁은 공간에서도 높은 기동성을 가지며, 제자리 비행과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또한 새의 모습을 했기 때문에 시청각 효과를 이용한 위장도 가능하다.


반면 일반 비행기는 연료 효율은 높지만 수직 이·착륙과 제자리 비행이 불가능하고, 헬리콥터 등은 연료 효율이 낮고 소음이 심하며 추락가능성이 높다. 날갯짓 비행체가 차세대 초소형 무인 비행체로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이다.


한 교수는 "MAV는 기존 여객기와 헬리콥터의 장점을 이용하고, 단점을 보완한 차세대 비행체로서 잠재성이 매우 크다"면서 "완벽한 위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무인정찰기로서 국방·보안·정찰·감시·정보수집 등의 분야에 활용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talk@fnnews.com 조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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