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해운 “살았다” 조선 “아직은..”

윤휘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16 17:34

수정 2010.02.16 17:34

지난해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은 조선·해운업체들이 올 들어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해운업체들은 해운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공격 경영에 나서고 있지만 조선업체들은 수주물량 감소 및 신규영업 부진에 인력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그리스 등 유럽발 재정위기까지 겹쳐 사면초가의 위기를 맞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해운사들은 올해 흑자전환을 위한 공격경영에 나서고 있다. 태평양항로안정화협회(TSA)는 지난달부터 아시아∼미주 노선에 대해 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운임을 400달러 인상하는 등 해운경기 회복기조에 맞춰 투자 증대, 터미널 확대, 신규화주 영업 등 활기찬 확장경영에 돌입했다.

한진해운의 터미널운영 자회사인 한진퍼시픽은 최근 오는 5월부터 동북아시아 지역 주요 항만 가운데 하나인 대만 가오슝의 터미널을 기존 1개 선석에서 3개 선석으로 확장키로 했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 가오슝 터미널의 연간 화물처리능력은 기존 5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에서 150만TEU로 3배 이상 증가한다.


한진해운은 이어 올 하반기 스페인 알헤시라스, 2011년 베트남 탄깡 카이 멥, 2013년 미국 잭슨빌 등에 터미널을 잇달아 개장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한진해운은 16일 22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해 현금을 확보했다. 이 자금은 신조선박 투자자금과 연료비 충당자금으로 사용된다.

현대상선 역시 최근 2600억원대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마련했다. 이를 토대로 로테르담터미날, 부산신항 등에 투자할 예정이다. 올해 계획된 투자규모는 지난해 2560억원의 2배 이상인 5176억원이다. 대부분 선박 및 항만시설 등에 투자된다.

이를 통해 현대상선은 올해 매출은 지난해 6조1155억원보다 17% 증가한 7조1373억원, 영업수지는 지난해 5654억원 적자에서 3358억원 흑자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STX팬오션도 올해 벌크선 12척을 비롯해 자동차선(PCTC) 2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척 등 모두 17척의 선박을 인수하고 2억달러가 넘는 신규투자를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최근 해운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며 "이를 기회로 공격경영에 나서 올해 반드시 대규모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선업계는 여전히 불황의 터널을 지나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 업체들은 선주사들로부터 선박 인도시기를 연기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형 조선업체의 한 관계자는 "선주사들이 자금압박을 받고 있어 선박 인도 시기를 연기해 달라는 요청이 많다"며 "선주들의 요구를 100%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선박 인도 시기는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업체들의 인력감축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말부터 부서 간 인력이동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선박 건조시기를 조정하기 위해 인력조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전체 조선부문 인력 가운데 30%를 감축한다는 목표 아래 노조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일선 영업현장에서는 선박 발주물량 감소와 선가 하락현상에 맞서 저가수주를 지양하고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이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 최근에는 그리스 등 일부 유럽국가에서 발생한 재정위기가 선박금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면서 조선 시장이 다시 꽁꽁 얼어붙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종은 조선업종에 선행하기 때문에 해운업종이 조선업종보다 경기가 빨리 회복된다"며 "그러나 아직도 해운업체들 가운데에는 유휴선박이 많아 해운업계의 경기회복이 바로 선박발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yhj@fnnews.com 윤휘종 조용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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