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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소송에 얼룩진 가재울 뉴타운 4구역 가보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17 17:51

수정 2010.02.17 17:51

총 사업비 1조2124억원 규모의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가재울뉴타운 4구역 재개발 사업이 최근 일부 조합원과 조합 간의 치열한 소송전으로 착공이 지연되면서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기존 노후주택 등의 철거작업이 85%가량 이뤄진 가재울 뉴타운4구역은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4월 착공됐어야 했지만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을 상대로한 소송으로 얼룩져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각종 소송으로 착공 지연

지난 16일 방문한 가재울뉴타운4구역에는 교회와 성당 등 이주 협의가 끝나지 않은 일부 건축물을 제외하곤 대부분 철거된 상황에서 28만여㎡ 부지 내에 부서진 건물의 잔해들만 나뒹굴고 있었다. 재개발 지역에서 흔히 들리는 요란한 발파음이나 굴착기 소음 대신 늦겨울 바람소리만 들릴 정도로 적막감만 맴돌았다. 재개발로 인해 주민들이 대부분 이주해 마치 전쟁의 폐허 속에 남겨진 유령 도시 같은 황폐함마저 느껴졌다.



쌀쌀한 날씨 속에서 이날 가재울뉴타운 4구역 원주민들이 철거현장에 임시로 설치된 주민대책위원회 가건물로 삼삼오오 모였다. 이들은 최근 조합을 상대로 한 원주민의 소송으로 가재울뉴타운 4구역의 착공이 지연되는 것에 대한 대책 마련 등을 함께 논의했다.

당초 지난해 4월 착공할 예정이었지만 일부 조합원들이 제기한 2건의 소송 등으로 발목이 잡힌 채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결성된 일부 조합원 모임에서 조합측의 추가 분담금에 대한 정보 제공이 미흡했다며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1·2심 법원이 이들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고등법원은 소송에 참여한 인터넷카페 조합원모임의 의견을 받아들여 “분양 예정인 건축물의 추산액과 그에 따른 추가분담금 규모 등의 정보를 온전히 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결의는 하자가 있으므로 관리처분 계획은 취소”라고 판시했다.

뿐만 아니라 승소한 인터넷카페 회원들과 별도로 결성된 주민대책위에선 시공사(GS건설, 현대산업개발, SK건설) 선정이 조합선정 이후에 이뤄지지 않고 추진위 과정에서 이뤄졌다며 별도의 소송도 제기해 오는 3월 4일 심리가 열린다.

■조합 측 “5월 중 착공할 것”

이 같은 복잡한 소송으로 인해 재개발사업 착공은 법원의 판결 이후까지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조합 측은 소송과 무관하게 오는 5월 중으로 착공하겠다고 밝혀 일부 조합원들과의 충돌이 우려된다.

가재울뉴타운 4구역 이선범 조합장은 “착공이 늦어지면서 매달 18억원에 달하는 금융(이자)비용이 빠져나간다”며 “재산상 피해를 막기 위해 조합원들이 함께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오는 5월까지 착공이 이뤄지면 6월 중 책정될 조합원들의 재산세가 전년 대비 30% 이상 절감되지만 착공하지 못하면 오히려 8% 이상 증액된다”면서 “절차상 문제 치유와 함께 착공을 서두를 것”이라고 말했다.

가재울뉴타운 4구역 재개발 사업이 이처럼 난관에 봉착한 배경에는 구청의 방관도 한몫을 했다고 조합원들은 전했다.

소송에 관여 중인 조합원 박두식씨는 “그동안 주민들이 사업의 문제점을 서대문구청에 수없이 제기했지만 구청에선 조합 측과 협의하라는 답변만으로 일관했다”면서 “구청의 방조가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사업지연 영향 입주권 웃돈 하락

조합과 일부 조합원 간 마찰로 가재울뉴타운4구역의 개발이 지연되면서 입주권 웃돈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가재울뉴타운 4구역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법원의 관리처분 취소 판결과 설 연휴가 겹치면서 지금은 입주권 매수문의가 뜸한 상황”이라면서 “조합 내 분쟁은 물론 용적률 상향 조정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사업기간이 늦춰질 것을 우려한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전용면적 84㎡에 입주할 수 있는 조합원 입주권 가운데 웃돈이 최근 한달 새 500만원 정도 빠진 물건이 나오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가재울뉴타운 4구역의 입주권 웃돈은 조합원 분양가가 정해진 지난해 9월 9500만원 정도에서 같은 해 12월에는 1억1500만원, 올해 1월 초엔 1억2500만원까지 각각 올랐지만 1월 말에는 1억1800만원, 이달 18일 현재엔 1억1500만원으로 떨어졌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김명지기자

■사진설명=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4구역의 재개발 사업 착공이 각종 소송 등으로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6일 현장에는 기존 건물 철거 과정에서 나온 잔해가 흩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