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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500년만의 귀향’전 기획자 이태호 교수

박현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3.04 18:31

수정 2010.03.04 18:31

서울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10일부터 여는 ‘500년 만의 귀향 -일본에서 돌아온 조선 그림전’을 기획한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

“일본땅에서 일본인들의 안복을 높였던 그림들의 역수입은 그것들을 사들일 정도로 우리 경제력이 신장했음을 말해준다. 동시에 한류 취향이 변했음을 시사한다. 과거 조선시대 회화나 도자기 같은 고미술품을 좋아하는 세대가 사라져가는 결과다. 일본의 신세대는 영화나 드라마 등 이른바 욘사마를 좋아하는 한류로 바뀌는 추세다. 그 덕택에 국내 개인화랑에서는 꾸리기 힘든 고서화 전시가 가능해졌다.”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가 객원기획자로 나선 ‘500년 만의 귀향-일본에서 돌아온 조선그림전’이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10일부터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임진왜란이나 일제강점기에 유출된 조선시대 그림으로 우찬규 학고재 대표가 10년 전부터 사들인 작품들이다. 지난해 ‘한국 근대서화의 재발견’에 이은 두 번째 결과물이다.

전시를 기획한 이 교수는 “출품작 대부분은 한국 고서화 컬렉션으로 유명한 일본인 컬렉터 유현재의 소장품 등으로 조선 초기부터 후기 회화가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현존하는 자료가 많지 않은 조선전기 회화사 연구에 도움과 한·중·일 문화의 공통분모를 찾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작 가운데 130×116㎝ 크기의 대작 류계세마도, 500∼600년간의 세월을 견딘 비단의 변색과 그림 곳곳에 나 있는 상처에서 시대감이 역력한 ‘방목도’ 등 작자미상 그림이 대부분이다. 운암, 하담, 송암, 남초, 해옹, 군실 등 내력을 알 수 없는 작품이다. 화가가 밝혀진 그림은 김유근의 소림단학도, 이인문의 가을풍경, 어촌추색도와 겨울풍경 심매도 정도다.

“불교회화나 근대서화를 제외하면 일본에 개인 소장으로 전하던 조선 회화의 영역이 그리 넓지 않음을 전시 작품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확인했다. 전시 콘셉트는 조선 초기부터 후기까지의 회화 가운데 과거 일본인이 오랫동안 생활 속에서 감상해온 취향에 맞추었다.”

이 교수는 “30점이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 중국 고사와 관련된 산수화 10점과 민속적 성향을 띤 동물화 20점으로 전시를 꾸몄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 고려불화의 전통을 계승한 조선 초 작자미상의 ‘매사냥’ 방목도, 남송대 마원의 화풍이나 명대 절파 화풍을 따른 조선 초중기 산수화 ‘송파휴금도’, ‘풍림정거도’ 등 15∼17세기 그림들은 400∼500여년 만에 그림이 그려졌던 우리 땅으로 귀환한 격이다.

이 교수는 “일본은 도쿠가와 막부의 쇄국정책으로 갇혀있던 에도시대 17∼18세기에 걸친 12번의 대규모 조선통신사 방문으로 조선회화가 크게 인기를 끌면서 에도시대 서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조선 통신사들이 일본을 방문하면 작품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섰고 조선 문인에게 받은 추천서는 명품을 보증하는 등 조선회화는 오늘날 한류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4월 25일까지 열린다. (02)720-1524

/hyun@fnnews.com 박현주 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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