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친환경 가구’ 판단기준 헷갈리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3.05 18:12

수정 2010.03.05 18:12

가구류에 대한 정부의 유해물질 방출 규제 기준이 평가 기관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어 가구업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오는 7월부터 적용되는 ‘생활용품 안전·품질표시기준’에서 침대와 소파, 옷장 등 가정에서 사용하는 모든 가구류의 유해물질 방출량 측정에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데시케이터법’이 아닌 ‘소형체임버법’을 새롭게 도입한다.

‘데시케이터법’은 자재 및 가구류에서 방출되는 포름알데히드 방출량만을 측정하는 반면 ‘소형체임버법’은 완제품을 대상으로 포름알데히드뿐만 아니라 톨루엔 등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의 시간당 총 배출량을 측정한다.

기술표준원은 가구류의 총 휘발성유기화합물의 시간당 방출량을 ㎡당 4㎎ 이하, 포름알데히드의 시간당 방출량은 ㎡당 0.12㎎, 톨루엔은 ㎡당 0.08㎎로 각각 고시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건당 1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반면에 조달청은 올해 초부터 ‘E0’ 등급 이상(포름알데히드 방출량 0.5㎎/ℓ 이하)의 자재를 사용한 가구제품만 조달 시장에 등록할 수 있도록 친환경 관련 규제를 강화했다.

이는 기존의 ‘데시케이터법’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가구 관련 조달 시장이 연간 5000억원 규모로 국내 가구시장의 10%에 달하는 만큼 주요 가구업체들은 현재 이 같은 기준에 맞춰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문제는 기술표준원과 조달청의 유해물질 방출량 측정 기준이 엇갈리면서 업체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달청 기준은 제품 제작에 ‘E0’ 등급 이상의 원자재를 사용하면 충족하지만 기술표준원 기준을 적용할 경우 ‘E0’급 자재를 사용해도 규제 기준에 미달될 수 있어 새로운 친환경 자재나 생산기법 등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데시케이터법’과 ‘소형체임버법’은 완전히 다른 측정법으로 조달청 기준의 ‘E0’급 이상 자재를 사용한다고 해도 기준에 미달될 수 있으며 반대로 조달청 기준에 미달하는 ‘E1’급 자재를 사용해도 규제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고 분명히 했다.


업체 관계자는 “올 초 조달청 규제 기준에 맞춰 기존 ‘E1’ 등급(포름알데히드 방출량 0.5∼1.5㎎/ℓ) 자재에서 단가가 약 20% 높은 ‘E0’급 자재를 도입했다”면서 “그러나 기술표준원의 ‘소형체임버법’의 경우 국내에 측정장비조차 몇 대 없어 당장 일부 대형 업체를 제외하고는 현 제품이 새 기준을 충족하는지, 아니면 얼마만큼 미달하고 있는지도 확인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영세한 비브랜드 가구업체의 경우 이 같은 기준을 충족할 자금력도, 기술력도 모두 없다”면서 “국내 가구 시장이 비브랜드 점유율이 더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새 규제 기준이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기준이 매우 엄격한 유럽도 ‘E1’ 등급부터 친환경 자재로 분류하고 있지만 유독 국내에서만 ‘E0’급 이상 자재를 사용하도록 강조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E0’급 자재의 경우 ‘E1’ 등급 자재보다 내구도가 30% 정도 떨어져 교체 주기가 짧아지고 재활용도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는 환경에 더 큰 부담을 줄 수도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yhryu@fnnews.com 유영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