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도예작품 맞아?” 이헌정-원경환 2인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3.10 19:51

수정 2010.03.10 18:52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 가면 독특한 도예가 2명의 작품을 볼 수 있다. 1층은 이헌정, 2층은 원경환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올 첫 전시로 도예작품으로 문을 연 이화익갤러리 이화익대표는 “두 작가 모두 홍익대학교 도예과 출신으로 사제지간이기도 한 작가들은 전통적인 도예작업을 벗어나 감각적인 작업을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11일 열리는 이번 전시는 상투적인 도예작품을 벗어나 장르의 경계와 재료의 한계를 뛰어넘은 개성이 뚜렷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 도예가 이헌정이 세라믹에 낙서한 듯 그린 작품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의자위 얼굴모양 작품처럼 그의 작품은 재미있고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1층 ‘이헌정의 間·用’전

할리우드 영화배우 브래트 피트때문에 유명세를 탄 도예가 이헌정(43)은 “기분좋은 일이긴 하지만 브래트피트만 이야기하는 바람에 정작 작품은 부각되지 않았다”며 쑥쓰러워했다.

하지만 당분간 브래드피트는 그를 알리기에 더없는 브랜드마케팅효과가 될 것 같다.

지난해 스위스 바젤에서 열렸던 ‘디자인 마이애미/바젤’ 아트페어에서 브래트 피트는 갤러리 서미 부스에서 대단히 “환상적이고 독특하다”며 이헌정의 도자기 테이블과 벤치를 구입했다. 더욱이 시멘트로 만든 ‘콘크리트 벤치’를 “꼭 만들어달라”고 주문까지 해 화제가 됐었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들은 피트가 산 콘크리트 벤치는 볼수 없지만 ‘간·용’ 전시 제목처럼 미술과 공예사이에서 실용성이 돋보인다.

항아리와 다양한 크기의 합(盒), 그리고 투박한 듯 하지만 세련된 도자기 스툴,여러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소품 등은 실용성을 놓지 않으면서도 장식적 오브제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해낸다.

세라믹에 낙서하듯 그린 그림들, 실패한 도자기같은 찌그러진 항아리등은 투박하고 천진난만하다. 어떤 규정에 얽매이지 않은 느슨한 재미가 있다.

작가는 “나는 가마에서 기물을 꺼낼때 예상된 결과물을 얻기 보다는 예기치 못했던 사고를 접하게 되는 것을 무척이나 즐긴다” 며 “작가로서 구체적 의식과 의지를 투철시키기 보다는 그 과정에 순응하는 수동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 원경환의 雜記1011 /잡기 1010


■2층 원경환의 ‘잡기’(雜記)전

원경환의 전시장은 1층 분위기하고는 사뭇 다르다.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한 형태속에서 참하고 얌전해보인다.

검은 색이 많아서일까. 간단한 작품인데도 묵직해보이고 고급스럽다.

흙의 본질적 미감을 살려낸 ‘흑도 작업’으로 유명한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흙은 배제했다고 한다. 도예전이라기보다는 추상 조각전 같다.

흙을 버리고 찾은 타 재료의 물성을 이용한 결합으로 새로운 오브제를 만들어냈다.

상장을 넣어두었던 액자의 틀, 국수를 담아두던 나무 그릇, 밀가루 반죽을 주물럭한듯 만든 검은 브론즈등 주변에 있던 오브제들을 결합하고 해체해 기하학적이고 독특한 작품을 선보인다.
‘잡 기’라는 전시제목이 말해주듯 잡다하고 보잘 것 없는 물건들이 스타일리시하게 살아났다.‘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는 시(詩)가 떠오를 정도다.


“이번 전시준비를 하면서 그동안 흙안에서 제한받았던 요소들을 벗어던지고 신나게 놀았다”는 작가는 “나의 작품은 의미보다는 스스로 발견한 오브제와의 결합으로 보여줄 수 있는 스타일을 중시한다”고 밝혔다. 두 전시 모두 11일부터 24일까지. (02)730-7818

/hyun@fnnews.com 박현주 미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