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게티뮤지엄에서 주목한 사진작가 구성수 아시나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3.11 09:21

수정 2010.03.10 19:38

▲ 2008년 미국 게티뮤지엄에서 작품소장을 시작으로 해외 유수미술관에서 주목하고 있는 사진작가 구성수가 오는 23일까지 서울 청담동 박여숙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포토제닉드로잉 시리즈라는 타이틀로 회화 조각 사진 3가지 매체가 혼합되어 식물이 화석화된 작품을 선보인다.
신세계 구학서 회장이 1972년 삼성그룹에 입사할때 “구씨중에 가장 유명한 사람이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구봉서’라고 답해 엄숙했던 면접장이 웃음바다로 변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38년전, 연예계에 구봉서가 있었고 38년후 신세계엔 구학서회장이 있다. 그렇다면 미술계에 유명한 구씨는 누구일까. 미술시장엔 일단 극사실 정물화가 브랜드인 구자승 화백이 있다.

사진작가로 몇 년전 달항아리로 이름난 구본창(56)씨가 있고, 최근엔 사진기대주로 구성수씨가 꼽힌다. 연관을 짓자면 구본창작가는 올해 경일대 사진영상학과 전임교수가 됐고 구성수는 이 대학 출신이다.

사진작가 구성수(40). 아직 미술시장에서 그의 이름은 낯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성수의 주가는 상승하고 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한국 젊은사진작가로 더 알려졌다.

지난 2008년 미국 게티뮤지엄(The Getty Museum)에서 그의 작품소장을 시작으로 샌프란시스코 MOMA, 휴스턴 현대미술관, 산타바바라 뮤지엄에서 컬렉션했다. ‘서른살 아내’ 연작중 8점을 소장한 게티 뮤지엄 책임큐레이터 주리 켈러는 “거대한 사회구조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상을 포착한 19세기 아우구스트 잔더의 철학과 방법론을 그만의 독자적인 방법으로 해석한 훌륭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2001년 대구에서 소리없이 발표했던 ‘서른살 아내’는 ‘소풍’, ‘화이트크리스마스’등 1년동안 특별한 날마다 자신의 아내를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은 우리가 보기엔 그저 인물사진일 뿐인데 외국에서는 “한국 사진의 대표성을 가진다”는 평가를 얻었다. 이같은 환대에 구성수는 “작가의 분명한 메시지, 개념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시카고, 런던, 광주비엔날레,국립현대미술관등에서 그룹전과 서울과 대구에서 10회의 개인전을 가진바 있는 그가 미술시장 중심인 서울 청담동 박여숙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뛰어난 안목으로 정평이 난 27년 경력의 갤러리스트 박여숙대표가 올해 첫 전시로 구성수를 선택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메이저 상업 갤러리에서의 전시는 곧 그의 작품이 ‘상품가치’를 인정 받았음과 동시에 ‘미술시장의 중심’에 진입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박대표는 이번 구성수의 작품에 대해 “기록성을 뛰어넘는 예술사진으로서의 특별한 조형미가 돋보인다”며 “적극적인 실험정신이야말로 오늘의 구성수가 있게 한 에너지”라고 말했다.

지난 10일부터 열리고 있는 구성수의 ‘포토제닉 드로잉 플랜트 시리즈’ 타이틀을 단 이번 전시는 포르말린 용액에 담겨져 있는 표본화된 식물과 화석화된 식물 시리즈를 선보인다. 또 국적불명의 리얼리티를 시각화한 그의 대표작 ‘매직컬 리얼리티’· 철강회사 현대 하이스코 냉연공장을 찍은 ‘hysco Projet’시리즈도 함께 소개된다. 산업 문명이미지에서 자연으로 눈길을 돌려 ‘화석이 된 식물’을 선보이고 있는 그를 갤러리에서 만났다.

▲ 구성수/싸리 Photogenic Drawing Plants Series C-print/77x57cm
―식물 작품이 감성적이다. 이전 도시풍경등 황량했던 사진작품과 다르다.

△사진은 몇백장중에서 셀렉션하고, 그 중에 몇점만 전시장에 걸리기 때문에 관람자는 작가의 의도를 쉽게 알아채지 못할 경우가 있다. 이전에 선보였던 폐교 교실 풍경 등 기록적인 작품을 생각한다면 다르다고 느낄수 있지만 내 작업의 흐름을 안다면 결국 같은 맥락임을 알 것이다. 오랜 시간을 화석화 시킨 단단한 식물 작품처럼 그동안 작품도 시간의 흔적이 녹아 든 공간, 과거와 현재의 역사성까지 담았다. 사진전공자로 20여년동안 현대성과 기록성에 대한 고민에 몰두했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면서 ‘예술사진’으로까지 확장을 꾀했다. 예술이 자기 표현이라고 할때 사진가가 할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번 작품 역시 사진으로 드로잉을 실천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나온 것이다. 상업화랑서 전시하니 작품이 변했다고 하는 건 오해다.

―전시 제목 ‘포토제닉 드로잉 시리즈’는 무슨 말인가.

△회화 조각 사진 3가지 매체가 혼합되어 있다는 뜻이다. 공통점은 드로잉 아닌가. 찍는 사진에서 벗어나 카메라로 그림을 그려보자고 생각했다. 찰흙에 식물을 유리판으로 눌러 식물의 형태로 음각을 만들고 그 위에 백시멘트를 부어 굳혀만든 양각위에 채색해 다시 사진촬영을 했다. ‘예술 사진’이라는 개념과 기록사진의 틀에서 벗어나 카메라라는 기계를 붓처럼 사용한 것 뿐이다. 덕분에 입체감이 살아있는 사실적이고 회화적인 작품이 나왔다. 식물의 갸날픈 생명력이 전달되고 또다른 의미로 보여지고 있어 즐겁다. 누구는 식물 싸리가 ‘시조새’로 보인다고도 한다.

(포토제닉 드로잉은 빛에 반응하여 그려진 그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명칭이다. 사진술이란 애초에 대상을 재현하겠다는 과거의 회화적 욕망의 성취물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유일한 기계적 이미지일 따름이라는 관점이 투영되어 있다.)

―다양한 ‘식물 시리즈’, 식물도감 만들어도 될 것 같다.

△시작에 불과하지만 이 작품으로 두꺼운 백과사전같은 식물도감을 만들 욕심이 있다. 식물을 보고 있으면 딴 꽃은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 하나하나에 사연이 있다. 예술은 그냥 담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생명력은 정신의 세계다.

이번 전시에서 ‘포토제닉 드로잉 플랜트 시리즈’는 고사리, 녹차, 사랑초등을 화석시킨 총 42점의 식물사진들로 이루어져 있다. 식물의 잔뿌리의 디테일까지 카메라로 담아내 하이퍼리얼리즘의 작품을 보는 듯하다. 기록성에 기반한 사진 장르의 작가가 새로운 형상을 창출하는 미술적 기초 조형을 실천했다는 점에서 프레임을 깬 자유로움이 돋보인다는 평이다.

“예전엔 조바심이 많았다. 왜 안봐줄까, 왜 관심을 안가질까라고 불평도 했다. 하지만 이제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보면 볼수록 좋은 작품 만들겠다.” 전시는 23일까지.(02)549-7575

/hyun@fnnews.com 박현주 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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