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나로호는 화염을 뿜으며 하늘로 올라가다 특이한 모습을 보였다. 길이 33m에 무게 140t의 거대한 덩치를 가진 이 로켓이 쓰러지듯 잠시 기울어지다가 다시 자세를 바로 잡고 수직으로 상승한 것. 이는 발사대를 화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회피기동’이다. 매우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이 장면으로 로켓의 놀라운 유도 능력을 볼 수 있었다.
로켓이 목표하는 우주의 정확한 지점에 원하는 속도와 자세로 도착하기 위해서는 ‘유도’가 매우 중요하다.
유도장비가 없던 시절 세계 최초의 액체로켓 개발자 미국의 고다드는 엔진을 머리 부분에 둬 로켓의 자세를 제어하려 했지만 로켓이 점점 커지면서 이 방법도 소용없게 됐다.
‘자이로’는 팽이처럼 축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둥근 물체를 이르는 말이다. 회전하는 물체는 자신의 회전축을 중심으로 가만히 있으려는 성질을 가지는데 이를 ‘짐벌’이라는 장치에 올려 놓으면 항법장치를 만들 수 있다. 짐벌은 사방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특수한 받침대이고 자이로는 항상 같은 방향만 가리키는 성질이 있다. 따라서 이 장치를 로켓에 실으면 로켓의 각도에 따라 움직이는 짐벌과 자이로가 가리키는 방향에 각도 차이가 생긴다. 이를 측정하면 로켓의 동체가 기운 정도를 알 수 있고 이를 기준으로 로켓의 자세도 조정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원리의 ‘관성항법장치’가 3개 있으면 로켓의 모든 자세를 측정할 수 있다. 지금은 팽이 대신 레이저를 이용한 자이로스코프가 사용되고 있다.
또 로켓 안에 설치된 관성항법장치만으로는 오차가 생길 수 있어 자동차에서 흔히 사용하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도움도 받고 있다. 덕분에 오늘날 로켓의 궤도 측정은 더욱 정확하게 이뤄지고 있다.
만약 자이로스코프에서 얻은 자세 정보와 가속도계를 이용한 속도 정보가 유도 컴퓨터에 미리 입력된 값과 다르다면 이는 로켓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뜻이다. 이때 유도장비는 로켓이 목표 궤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자세를 수정해 준다.
작은 로켓은 자세를 제어하는 데 비행기처럼 날개를 이용하지만 큰 로켓이나 공기가 없는 높은 고도를 비행하는 로켓에는 큰 날개를 붙일 수 없다. 이 때문에 우주개발 초기 독일의 V-2로켓은 엔진 아래에 로켓의 화염에도 견딜 수 있는 흑연으로 된 4개의 방향타를 달았고 이 방향타가 내뿜는 가스의 방향을 바꿔 자세를 조정할 수 있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로켓은 엔진을 움직여 유도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지난 2002년 발사한 우리나라 최초의 액체로켓인 KSR-Ⅲ는 우리 과학자들이 기술을 직접 개발해 로켓의 자세를 훌륭하게 제어한 바 있고 나로호의 2단 고체로켓도 엔진의 노즐을 직접 움직여 자세를 제어하는 방법을 택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탑승한 소유스 로켓의 경우 개수가 많아 엔진을 일일이 움직이기 어렵기 때문에 주 엔진 주위에 움직이는 소형 엔진을 장착해 로켓의 자세를 잡았다.
/글=정홍철 과학칼럼니스트
/자료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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