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언제나 등장하는 것이 XYY 성염색체를 가진 사람들, 즉 ‘야콥 증후군’ 환자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XYY 성염색체에 대한 재해석이 활발해지면서 XYY 성염색체를 가진 남성도 정상적인 생활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반적인 남성의 성염색체는 XY다. 하지만 남자 아이 1000명 당 1명꼴로 Y 염색체가 2개인 XYY 성염색체가 나타나기도 한다.
1965년 ‘중범 형무소 수감자 중 상당수가 XYY 남성’이란 연구가 발표된 이래 각종 영화, 소설 등에서 XYY 성염색체를 가진 남성들은 폭력적이고 거친 야수로 등장한다. 영화 ‘에일리언3’에는 ‘이 중 Y 염색체’ 남성 범죄자들을 수감한 교도소 행성이 나온다. 아예 ‘슈퍼남성 증후군’이란 단어도 생겼다.
야콥 증후군 남성들의 특징은 크게 뚜렷하지 않다. 외모상으로 큰 기형이나 특징이 없기 때문이다. 단지 체격이 급성장해 평균 신장보다 5∼7㎝가량 큰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은 평균지능이 일반인에 비해 낮거나 학습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한양대학교 비뇨기과 박성열 교수는 “야콥 증후군 환자들의 지능이 정상인보다 낮은 경우가 많이 보고됐다”며 “이 밖에도 행동조절장애나 과잉행동 양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원래적으로 공격적인 성격을 가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엔 XYY 염색체 남성의 공격성 자체가 유전자적인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단지 지능이 낮고 체구는 크기 때문에 우발적인 실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XYY 염색체 남성의 공격성이 높게 나타나는 경우는 있지만 그것이 Y 염색체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다”며 “야콥 증후군 환자가 계획적인 범죄를 치밀하게 구성하거나 살인의 욕구에 취해 폭력을 행한다는 의견은 잘못된 미신”이라고 강조했다.
다행히도 XYY 염색체 남성의 대부분은 큰 무리 없이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이 가능하다. 정자 수가 적어 후세를 낳지 못할 경우도 있긴 하지만 많은 경우 정상적인 아이를 가질 수 있으며 염색체 이상은 유전되지 않는다.
박 교수는 “요즘엔 산모의 산전검사나 양수검사를 통해 곧바로 아이의 염색체 이상을 알 수 있으므로 야콥 증후군을 쉽게 발견한다”며 “대개 큰 지장 없이 살아가게 되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kueigo@fnnews.com 김태호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