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베스트 품목’ 148개..6년새 4배 늘어
'메이드 인 코리아'의 질주가 눈부시다.
한때 저가 물량공세로 밀어붙이는 중국과 최고의 기술력이라고 자부하던 일본의 틈새에서 시장점유율을 잠식당해 '샌드위치' 처지에 비유됐던 한국산 제품의 위상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고부가가치의 프리미엄제품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고 두 차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체력이 부쩍 좋아진 '글로벌 코리아'의 수출경쟁력이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기 때문. 이른바 '역(逆)샌드위치'다. 발광다이오드(LED)3차원(3D) TV 등 첨단제품 및 소재, 이동식 발전기 등에서 돋보이는 한국의 시장지배력은 중국 등 개발도상국에 잠식당하는 점유율보다 선진국으로부터 빼앗아오는 점유율이 더욱 많다는 의미다.
■'세계시장 1위제품' 6년새 4배로
25일 업계 및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은 총 148개(2008년 기준)로 나타났다. 2009년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지난 2002년 우리나라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품목 49개에서 6년새 4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지난 2006년(121개)의 경우 '메이드 인 코리아' 1위 품목이 30%가량 늘어 세계시장의 주도권을 본격적으로 쥐게 됐다. 현재 정부에서 집계중인 2009년 기준 세계시장점유율 1위 품목도 전년보다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30개가량 늘어 180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현대중공업과 삼성그룹이 '글로벌 톱(TOP)' 제품을 가장 많이 보유, 한국 대표기업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현대중공업은 독보적이다. 15개의 세계시장점유율 1위 제품을 가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세계시장의 87%를 점유하고 있는 액화석유가스(LPG)운반선을 비롯, △대형 엔진 선박용 터보차저(31.8%) △선박용 동기 발전기(38.1%) △선박용 배전반(35.4 %) △대형 엔진 실린더 프레임(54.5%) 등 총 8개의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제품을 단독으로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외국기업을 상대로 한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삼성그룹도 7개를 보유한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이 있다. 삼성전자는 대표적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약 35%)를 비롯해 컴퓨터용 광기기제품인 DVD-롬 하프 하이트 드라이브(43.5%) 등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4개)과 제일모직(2개), 삼성전기(1개), 삼성SDI(1개) 등의 삼성그룹 계열사들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위기에 강한 '한국 브랜드'
한국산의 세계시장 경쟁력은 변동성이 크지 않다는 게 특징. 한번 확보한 세계시장 점유율을 확고하게 지켜가고 있는 것. 이는 해외 대기업들이 부품, 소재를 값비싼 일본산보다 가격대비 품질이 우수한 한국산으로 바꾸기 시작한 것이 증명한다. 공격적 마케팅과 차별화된 프리미엄 전략, 뛰어난 기술력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도요타 사태'로 한국제품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생산비 절감과 대량 생산에 치중했던 도요타가 품질을 확보하지 못해 한순간에 추락하면서, 상대적으로 고품질인 한국산 부품으로 수요처를 바꾸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부품 업체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값싸게 사와서 쓰던 자동차 기본부품들도 이젠 가격이 비싸더라도 믿을 수 잇는 한국산을 찾고 있어 요즘엔 생산물량이 달릴 정도"라고 했다.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만족시켜 줄 수 있는 한국산 제품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또 현대중공업이 세계 시장에서 100%를 점유하고 있는 '소형 발전기 이동식 발전 시스템'은 아이티와 쿠바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찬사를 받으며 수출되고 있다. 전력이 부족한 쿠바에선 10페소 화폐 뒷면에 이동식 발전 시스템의 도안이 실리기도 했다. 최근 강진을 겪은 아이티에서도 현대중공업이 만든 이동식 발전 시스템 덕분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받는 등 중남미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한국 제품에 세계 1위를 내준 일본기업들이 무섭게 부상하는 한국산의 공세를 막기 위해 '고부가가치 명품' 전략을 포기하고 가격 파괴에 나선 것도 한 예다.
앞으로 관건은 신(新)시장에 맞는 전략제품의 주도권을 얼마나 더 확보하느냐다. 단순 '점유율'을 뛰어넘어 부가가치가 높으면서 독자적인 원천기술을 확보한 '온리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 전략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하고 있다는 것은 국제 시장에서 기업이 강한 생존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이라며 "앞으로도 한국기업의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이 더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정상균 예병정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