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체감경기 나쁜데 5% 성장 가능한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거시경제지표 개선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국내외 경제여건이 현재 상태를 유지한다면 당초 예상했던 올해 5% 성장은 무난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출과 내수진작, 고용개선이란 여건을 전제하고 있지만 우리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안착하고 있음을 재확인한 고무적인 언급이다.
우리 경제가 안정 기조에 들어 섰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여 경제예측기관들로부터 경기 회복을 공인한 지 오래됐다. 산업연구원이 조사한 2·4분기 제조업 경기실사 지수(BSI)가 117로 나왔고 경상수지와 고용, 투자도 차츰 개선되고 있다. 국제원자재 값이 불안하긴 해도 우리 경제가 탄력을 받고 있다.
윤 장관이 올해 성장을 무난하게 보는 것도 이런 연장선상이다. 하지만 윤 장관은 “경제 여건에 맞춰 (재정과 통화 등) 거시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해 나가야 한다”며 한 발 더 나갔다. 그 동안 경제운용 방향을 설명할 때 ‘확장적’으로 일관했던 정책기조가 ‘탄력적’이란 말로 바뀐 것은 의미심장하다. 조심스럽지만 시장에 출구전략의 의중을 내비친 선제적 신호로 해석할 소지가 있다.
그러나 낙관적 전망을 해도 무방할 만큼 우리 경제가 건실한지, 개선된 경제지표와 같이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형편이 좋아지고 있는지를 제대로 살펴 봐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512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경기 흐름에 대한 기업 인식’ 조사 결과는 우리 경제가 여전히 어렵고 앞으로도 녹록지 않음을 시사한다. 현재의 경기회복 수준은 금융위기 전 70%에도 못 미치고 회복세에 있던 경기가 주춤하고 있다는 답변도 35%가 넘었다. 가계부채 증가, 재정긴축, 세계경제 부진, 통상 마찰 등의 악재가 잠재해 있어 향후 경제를 꼭 밝게 볼 수만은 없다.
경제지표만을 보면 출구전략 실시 등 거시정책을 정상화할 유인은 있다. 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산층과 서민층의 체감경기 온도는 너무 다르다. 경제운용의 잣대로 한쪽에만 돌고 있는 온기만을 고려한다면 너무 위험한 발상이다. 정부가 거시정책 방향을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균형 있게 잡아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