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녹색성장에 딴죽 건 USTR
정부가 추진 중인 자동차 연비 강화 규정에 대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문제를 제기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USTR는 지난달 31일 미국 의회에 제출한 '2010년 연례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우리 정부가 녹색성장기본법에서 정한 자동차 평균 연비목표 1ℓ당 17㎞, 시행기간 2012∼2015년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기준이 너무 엄격해 미국 자동차업체에 불리한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미국 정부는 2016년까지 자동차의 연비를 휘발유 1ℓ당 14.5㎞로 설정, 우리의 기준보다 아주 약하다.
자동차 연비 강화는 이명박 정부가 제시한 2020년까지 온실가스의 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목표 달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다. 우리 경제 체질을 '저탄소형'으로 바꾸기 위해 산업·건물·교통 등 부문별로 감축 목표를 할당한 저탄소녹색성장 발전 전략의 세부 실천 지침이다. 지구촌 최대 이슈인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인 것이다.
자동차 연비 규정은 국내외 모든 자동차업체에 동등하게 적용된다. 특정 국가나 특정 업체에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게 아니다. 형평성이나 공정성이 결여돼 있지 않아 국제법이나 관례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USTR의 입장은 미국 자동차업계의 불만을 어쩔 수 없이 반영했다고 이해한다 해도 지나친 간섭이다.
물론 USTR의 주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앞서 미국산 자동차의 시장 접근을 재협상하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도 있다. 자동차 배기량에 따른 차별관세 적용을 다시 언급한 것은 이런 속내로 보인다. 그 동안 전혀 거론하지 않았던 쇠고기 문제도 슬며시 끼워 넣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미국 내 유권자에게 호감을 끌어 정치적 이득은 있을지라도 한·미FTA 진전을 꼬이게 할 뿐이다.
지금 지구촌의 최대 현안은 환경보호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지구촌은 '재앙'의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 아름답고 깨끗한 지구를 후손에게 물려 주기 위해서라도 온실가스 배출 감축은 시급한 과제다. '저탄소'에 기여할 수 있는 규제강화는 시대적 대세다. 미국은 녹색성장에 딴죽을 걸기보다 '저탄소'에 솔선수범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