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눈이 가네,그 창작뮤지컬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4.15 18:33

수정 2010.04.15 18:33

창작뮤지컬에 '훈기'가 돌고 있다. 대형 외국 라이선스 작품이 주춤하는 사이 창작뮤지컬이 그 틈새를 비집고 살금살금 무대 장악에 나서고 있다. 초연, 시즌2, 시즌3… 종류도 다양하다. 자금력이 탄탄한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는 가능성 있는 창작뮤지컬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연극 히트작들이 뮤지컬 데뷔를 시도하는 경향도 올해 두드러진다. 뮤지컬계 안팎에선 일단 창작물 편수가 많아지는 것에 고무적인 반응을 보인다.
다만 문제는 '내실'이다. 뮤지컬의 장르를 제대로 살린 작품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선 "이젠 창작물에 대한 질적인 검증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친정엄마-이순신-대장금-오!당신

이달 말, 내달 초 시선을 끌 만한 창작 뮤지컬이 한꺼번에 무대 오른다.

오는 29일부터 5월 말까지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내 우리금융아트홀에서 공연될 '친정 엄마'는 연극 히트작 '친정 엄마와 1박2일'의 뮤지컬 무대다. 오는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친정엄마'와 함께 다시 공연계 '엄마 신드롬'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제작사 MC컬쳐피아는 "눈물을 뽑아내는 사실상 첫 뮤지컬이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무대의 결정타는 두 중견 여배우에 달렸다. 엄마역을 맡은 김수미와 선우용녀 두사람 모두 이번이 첫 뮤지컬 도전이다. 딸역은 배우 오정해가 연기한다.

오는 28일 충무공 탄신일에 맞춰 세종문화회관에서 선보이는 뮤지컬 '이순신'은 지난해 선보인 '이순신-임진왜란' 속편이자 종합편이다. 서울 공연은 하루 올린 뒤 40억원 제작비 대부분을 댄 경상남도로 무대를 옮겨간다. 부산, 거제, 대구, 마산 지역을 내달부터 9월까지 순회 공연에 나선다. 선굵은 연출가 연희단 거리패의 이윤택이 극본·연출을 맡았다. 이순신역엔 강렬한 눈빛 연기의 중견 배우 민영기가 캐스팅됐다.

내달 1일부터 23일까지 서울 경희궁 승정전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대장금'은 올해로 '시즌3'이다. 지난 2007년 초연 땐 혹평에 시달렸지만 지난 2008년 고궁뮤지컬로 거듭나면서 지난해 한국뮤지컬대상 최우수 작품상까지 안았던 저력의 뮤지컬이다. 이번 무대에선 장금이가 의녀 대장금이 되기까지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이 크게 부각된다. 뮤지컬 '명성황후' 주인공 이태원이 한상궁을 맡은 것이 눈길을 끈다.

대학로 소극장 창작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사이에'는 오는 30일 대학로 예술마당 2관에서 새롭게 막을 올린다. 연우무대가 지난 2005년 초연한 이 작품에 CJ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시즌부터 공동제작자로 전격 합류했다. 대학로에서 롱런중인 '김종욱 찾기'로 소극장 뮤지컬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CJ엔터테인먼트가 야심차게 접수한 작품인 셈. 초연 당시 주인공이었던 전병욱이 컴백하는 무대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만화·드라마·영화 히트작 줄줄이 대기

6월 이후엔 줄줄이 창작 뮤지컬 신작이 관객을 맞는다. 이들 작품은 대부분 드라마·영화 히트작을 원작으로 한다.

만화와 드라마로 인기를 끈 원수연 원작의 '풀하우스'가 6월, 소설을 원작으로 한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은 7월, 윤은혜·주지훈이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 '궁'은 9월 무대에 오른다.

영화 '서편제'도 개봉 18년만에 뮤지컬로 제작된다.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 '남한산성'을 연출한 조광화가 극본을 맡았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도 하반기 공연을 목표로 최근 스태프를 확정, 제작에 돌입한 상태다.

내달 전 배역 오디션을 앞두고 있는 서울시립뮤지컬단의 '뒷골목 중매쟁이'는 순수하게 뮤지컬용 작품이라는 점에서 하반기 최고 기대작 중 하나다. 9월 4일부터 1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총 12회 공연된다. 1800년대 한성(서울) 피맛골을 배경으로 사대부 여인과 사랑에 빠진 서출 생원의 러브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불황이 기회… 창작뮤지컬 더 유리"

전문가들은 창작 작품수가 많아지는 것을 반기고는 있지만 작품 완성도를 위해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뮤지컬 평론가 조용신씨는 "대부분 영화나 드라마 후광을 업은 작품이라는 측면에서 돌파구가 될 만한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예술적인 완성도를 높여간다면 부분적인 성공은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원종원 교수는 "경기 침체로 대형 라이선스 작품에 대한 제작 부담감이 커지면서 오히려 창작뮤지컬이 각광받고 있다"며 "창작물이 유리한 국면에 있긴 하지만 작품의 질을 검증하고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야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jins@fnnews.com 최진숙기자

■사진설명=지난 2008년부터 3년째 뮤지컬 '대장금'의 장금이역을 맡은 가수 리사. 올해 '시즌3'은 내달 1일부터 23일까지 서울 경희궁에서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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