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4월 초 칭화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리롱롱 국유자산관리위원회(국자위) 주임은 이런 소개를 받으며 등장했다.
페트로차이나, 차이나모바일, 에어차이나 등 쟁쟁한 중국 126개 국유기업의 인사권과 예산권을 행사하는 인물이니 굳이 틀리다고 할 수 없는 말이다.
리롱롱 휘하의 중국 국유기업은 화려한 면면을 과시한다. 2009년 포천 500대 기업에 등재된 34개의 중국 기업 중 33개가 국유기업이다. 이 중 금융권 기업들과 지방 국유기업을 제외한 24개가 국자위 직속의 중앙 국유기업이다.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독점산업에서 국유기업이 존재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섣부른 민영화가 서비스 수준 저하와 안전사고 발생으로 이어지는 예를 우리는 알고 있다. 또한 국가 기간산업을 민영화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이해할 수 있다. 중국 3대 석유회사를 합쳐도 엑손모빌 하나만 못하다며 국가 경쟁력을 운운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그럼에도 중국에서는 최근 국유기업의 존재 이유와 행태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첫째로는 '국진민퇴' 현상 때문이다. 동방항공 등 국유기업에는 수십억위안의 구제금융을 투입하면서 민영기업인 동성항공을 파산으로 내몰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 위주로 통폐합을 추진하겠다는 구조조정 방안도 '양(민영기업)을 이리(국유기업) 가운데 풀어놓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자동차 업체가 너무 많다며 핵심 육성업체로 선정된 6개 회사 모두 국유기업이다. 최근 전기차 개발 혁신을 일으킨 비야디나 볼보를 인수한 지리차 등 유망한 민영기업의 심정이 어떠할까. 실제로 지리차의 한 관계자는 국유기업이 외국과 합자 권한을 독점하고 있어서 민영기업이 뻗어나갈 방법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 밖에 없다며 자사의 시가총액보다 더 큰 돈이 들어간 볼보 인수를 정당화했다.
국진민퇴와 더불어 국유기업의 부동산업 진출도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전체 부동산 판매액 중 5%를 중앙 국유기업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을 뿐 아니라 최근 각종 토지 경매에서 중국원양운수공사, 중국병기장비공사와 같은 기업들이 낙찰자로 등장했다.
기업이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은 탓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독점이윤을 누리는 국유기업이 일반 분야에서까지 민간과 이윤을 다툰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게다가 부동산 업체의 과도한 이윤은 집값 상승을 통해 바로 인민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국유기업이 부동산에 투자하면 세금을 내서 집값을 올리는 꼴이 돼 버린다.
리롱롱도 문제의 심각성을 의식하여 부동산을 주업으로 하는 16개 기업을 제외한 78개 기업의 부동산업 진출을 일체 금지한다고 선포했다. 그러나 이들의 부동산 매출액이 전체 중앙 국유기업 부동산 매출액의 1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자위가 과연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받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외환운용을 담당하는 중국투자공사(CIC)의 국내 운용 자금 중 36%가 국유기업을 통해 부동산으로 흘러 들었다는 것이 밝혀지는 등 국유부문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란 것이 드러났다.
국유기업의 이윤 창출 능력과 그 이윤의 용처에 대한 의혹도 대두되고 있다.
국유기업이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연 그들이 이윤을 창출하고 있긴 한 것인가 의심스러운 것이다. 남방주말의 보도에 따르면 국유기업이 매년 납부해야 할 추정 토지임차료는 1조4000억위안으로 2009년 국유기업 총 이윤인 1조3000억위안보다 많다. 단순논리로만 따지면 그 땅을 민간에 불하하여 임차료를 징수하는 편이 더 나은 것이다. 게다가 국유기업의 실질 납세액이 이윤의 6%에 불과하므로 국유기업의 궁극적 주인인 중국 인민이 민간 기업의 주주 만큼도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유기업의 부가 개인에게 누출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비록 고위층의 비리사건이 심심찮게 등장하곤 하지만 적어도 중국 개인 부호 순위 20위권 내에 국유기업 관계자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사유화와 함께 공산당 간부들과 마피아들이 기업을 장악했던 동구권보다는 나은 셈이다./cp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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