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세계경제 리더가 말하는 ‘새로운 10년’] (5) 아시아 금융허브에 대한 의견

김명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5.06 18:04

수정 2010.05.06 18:04

5인의 석학들은 한국의 국제금융허브 전략에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홍콩·싱가포르·상하이 등 경쟁도시와 비교할 때 아직은 멀었다는 솔직한 비판도 내놓았다.

홍콩에 주재하는 타오동 크레디트스위스 AG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상하이는 향후 몇 년 안에 글로벌 금융허브 상위 3위 안에 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상하이는 중국의 천문학적인 자본과 수요가 만나는 곳인 만큼 향후 세계 금융의 게임의 룰을 바꿀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중국인의 높은 저축률과 위안화 가치의 지속적인 상승도 금융허브로서 상하이의 입지를 뒷받침한다.

홍콩은 어떻게 될 것인가. 타오동은 홍콩이 금융허브로서 매력을 잃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달러화에 페그(연동)된 홍콩달러 가치는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아시아 최대 금융허브로서 홍콩의 위상은 상하이가 대체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측이다.

핌코 아시아의 브라이언 베이커 대표이사는 "해외의 투신사들이 한국에 들어오기는 상당히 힘들다"면서 "홍콩과 싱가포르는 한국에 비해 훨씬 개방되고 손쉽게 자본을 모을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박윤식 교수는 "우리나라가 금융허브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며 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도 "다만 고질적인 규제가 걸림돌"이라고 아쉬워했다. 정부 각 부처가 제 권한을 꼭 쥐고 있는 한 금융허브의 꿈은 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싱가포르의 예를 들었다. 싱가포르는 1968년 리콴유 총리가 금융허브 전략을 세웠다. 당시 싱가포르는 슬럼과 같았다. 실업률이 10%를 웃돌았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싱가포르는 과감한 전략으로 해외 자본 유치에 나섰다. 홍콩은 나중에야 싱가포르를 따라갔다.

외국 자본이 금융허브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뭘까. 법인세율, 임금 수준, 노조가 아니다. 외국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플 때 언제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시설, 자녀들이 마음놓고 다닐 수 있는 국제학교다. 타오동 이코노미스트는 예전에 상하이 시장을 만났을 때 겪은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상하이 시장이 국제 금융 전문가들을 불러모은 자리에서 "당신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들은 한 목소리로 외국인 전용병원 설치를 요구했으며 그 요구는 즉석에서 수용됐다고 전했다. 그럼 한국은 어떤가. 영리병원 도입은 부처간 갈등과 이념적 갈등에 발목이 잡혀 한발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독일 쾰른 대학의 한스 위르겐 로에스너 교수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취약성을 지적했다.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대기업 편향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수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이 경제의 뼈대를 이루는 독일 경제와 비교할 때 한국 경제는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다는 얘기다. 로에스너 교수는 "중소기업들은 개발의 기회가 대기업만큼 많지 않은 만큼 이들에게 기회를 좀 더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mjkim@fnnews.com 김명지 서혜진기자

■사진설명=지난달 29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메이플 룸에서 파이낸셜뉴스 주최로 열린 '제11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 참석한 세계적인 석학들이 좌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본지 곽인찬 논설실장과 권성철 자문위원, 브라이언 베이커 핌코 아시아 대표이사, 한스 위르겐 로에스너 독일 쾰른대 교수, 타오동 크레디트스위스 AG 아시아 수석이코노미스트, 박윤식 미국 조지워싱턴대 비즈니스스쿨 교수, 루이즈 드 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석이코노미스트. /사진=박범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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