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 환자들에게 골칫덩이인 이 꽃가루가 기후변화 예측뿐아니라 지질정보 분석 바로미터로 활용되고 있다.
꽃가루를 통해 과거의 식물상을 알아내 결과적으로 기후변동과 지각변동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지질자원연구원 지구환경연구본부는 최근 한반도 내 퇴적층에서 발견된 꽃가루 화석 연구를 통해 5000∼1만년 전에 이르는 시기의 생태 및 기후, 해안선 변화를 알아냈다고 9일 밝혔다.
■식물의 지문=꽃가루
100㎛(1㎛는 100만분의 1m) 이하로 크기가 아주 작은 꽃가루는 사람의 지문처럼 식물의 종류마다 외부 모양과 크기, 장식이 조금씩 다르다. 꽃가루는 주로 호수와 늪지의 퇴적물에 많이 포함돼 있다.
이 꽃가루를 통해 과거 식·생물의 분포도를 파악하면 기후변화 예측이 가능하다.
추워지면 소나무 같은 침엽수가 많아지고 더워지면 가시나무 같은 상록활엽수가 상대적으로 많아지는 게 자연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연구진이 서울 청계천과 경기 파주, 하남 등 중서부 지역의 한 습지퇴적층에서 나온 꽃가루 화석을 분석한 결과 7000∼8000년 전에는 낙엽활엽수와 침엽수의 혼합림 꽃가루 화석이 많이 나와 당시가 지금보다 기온이 더 낮았음을 확인했다. 이 혼합림이 평균 4∼8도 정도인 한랭온도대에서 자라기 때문에 지금보다 기온이 2∼3도 정도 더 낮았을 것이란 얘기다.
약 5000년 전의 퇴적층에서는 제주도와 남부지역 연안에서 자라는 가시나무, 참나무, 오리나무 등의 꽃가루 화석이 많이 나와 이 때는 지금보다 기온이 더 높은 아열대성이었음을 추적했다.
꽃가루 화석이 이처럼 과거의 식물상을 알아내는 지표로 활용되는 것은 수십만년이 지나도 화석으로 잘 보존되기 때문이다.
이는 꽃가루의 외부 세포벽이 강한 황산에도 녹지 않고 고온고압 상태에서도 수 만년간 보존되는 스포로폴레닌이란 단단한 단백질 물질로 구성돼 있어 가능한 일이다.
■1만년 전 평택은 해안지역?
서해 아산만에서 5㎞ 정도 내륙쪽에 위치한 경기 평택의 농경지 일부가 1만년 전에는 해안지역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평택시 황산리의 농경지 퇴적층에서 탄소동위원소 연대 측정과 꽃가루 화석을 분석해 지난 1만년 동안의 환경 변화를 유추했다.
그 결과 연안습지 강염성 식물인 명아주과의 꽃가루 화석이 집중적으로 나와 1만∼8000년 전에는 이 지역이 조간대 환경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조간대란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곳으로 밀물 때 물에 잠겼다가 썰물 때는 드러나는 곳이다.
이후 약 8000∼6000년 전까지는 조간대성 연안환경에서 육상환경으로 전이되는 시기로 습지가 형성되는 태동의 시기로 나타났다.
지질자원연구원 지구환경연구본부 이상헌실장은 "이 시기동안 명아주과 꽃가루 화석의 출현은 크게 감소하고 해양성 조류의 미화석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면서 "반면 사초과의 꽃가루가 상대적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사초과는 염도에 약해 중염성 소택지에서 군집을 이루고 번식한다. 이 시기에는 해수의 영향에서 벗어나 토양의 염도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실장은 "꽃가루 화석을 통해 우리나라 남해안과 서해안 해안선 변화를 복원하는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면서 "미래 자연친화적 연안환경보호 대책 수립에 기초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talk@fnnews.com 조성진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