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꽉막힌’ 환경영향평가/손호준기자

파이낸셜뉴스

'수리부엉이, 단양쑥부쟁이, 표범장지뱀, 가창오리, 돌상어….'

기자의 얕은 지식 탓에 전혀 들어보지 못한 생물 이름들이다. 그런데 최근 그 이름의 주인공들이 연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환경관련 시민단체들은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가 졸속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앞에 열거한 생물들의 멸종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4대강 사업 추진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2003년부터 낙동강에 대해, 2007년부터 금강·영산강에 대해 연중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환경영향평가에 반영했다"며 "수년에 걸친 조사결과를 환경영향평가에 반영했기 때문에 졸속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정부와 환경 단체들의 이 같은 첨예한 대립으로 의사소통마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4대강사업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야생동물소모임'(범대위)이 정부의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에서 누락된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발견됐다는 내용을 환경부 기자실에서 설명하고자 했으나 환경부에서 범대위 관계자들의 출입증 발급을 거부하는 바람에, 기자들이 정부과천청사 안내실 현관 밖에 서서 범대위의 브리핑을 들어야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자실은 정부의 정책을 홍보하는 곳이지 시민단체의 발표를 위한 곳이 아니다"며 범대위 관계자들의 출입을 막았다.

범대위 관계자는 "지난해 환경부 환경영향평가를 비판하는 브리핑도 기자실에서 했다"며 "97년부터 환경운동을 해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며 4대강 사업에 대해 찬반이 있을 수 있지만 브리핑 자체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꽉막혀 소통하지 않던 정부와 환경·종교단체들간에 대화의 물꼬가 트일 기미가 보인다. 최근 환경부 소속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는 생명의 강 지키기 기독교 행동, 4대강 사업저지 천주교 연대, 불교 환경 연대에 연락해 공개토론회를 제안했다. 천주교연대는 공개생방송 토론회를 열자고 답했다.

바라건대 이번 소통에서는 제발 포커페이스는 걷어치워라. 숨겨진 패를 모두 꺼내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한다면 예기치 못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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