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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연극 ‘벚꽃동산’ 연출가 그레고리 지차트콥스키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5.25 18:41

수정 2010.05.25 18:41

러시아의 명 연출가 그레고리 지차트콥스키(51·사진)의 눈매는 매섭다.

한국과의 인연은 이번이 세번째. 지난 2004년 예술의전당서 무대에 올린 체호프의 '갈매기'가 처음이었다. 무대 디자이너 에밀 카펠류쉬와 함께 만든 이 작품은 사실적인 묘사와 강렬한 무대효과로 '올해의 연극상' 등 각종 연극상을 휩쓸었다. 2006년 스트린드베르의 '아버지'가 국내 두번째 작품이다.

4년 만에 다시 돌아온 지차트콥스키. 이번에 만나는 무대는 안톤 체호프 탄생 150주년, 한·러 수교 20주년 기념으로 예술의전당이 기획한 체호프의 '벚꽃동산'이다. 러시아 최고 현역 연출가로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감독이지만 체호프의 '벚꽃동산' 연출은 처음이다.


"6년 전 이곳에서 공연한 '갈매기'도 그랬어요. 의도한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체호프의 유명 작품을 한국서 두 번이나 초연하게 된 게 참 뜻깊다 싶어요."

그는 요즘 전문 통역사 두 명을 옆에 끼고 공연 막바지 리허설에 여념이 없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매일 강행군이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외국 감독이라 대충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미세한 동선까지 꼼꼼히 챙긴다. 배우들이 허점을 보일 땐 눈물을 쏙 빼놓게 하는 집요한 감독으로 벌써 '악명'을 떨치고 있다.

지차트콥스키는 인물 내면을 깊숙이 파고 들어 그만의 특유한 섬세함으로 극을 되살려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벚꽃동산'의 등장 인물 모두가 하나같이 매력이 넘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벚꽃동산의 인물들은 다양한 계급과 세계를 반영합니다. 모두가 풍부한 내면을 지니고 있어요. 한 명 한 명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것은 그 자체로 굉장히 즐거운 일이에요."

'벚꽃동산'은 19세기 러시아 봉건 귀족사회가 근대사회로 넘어가는 전환기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는 "체호프가 그리는 인물은 사실적이고 역동적"이라며 "체호프의 작품은 난해하고 어렵기도 하지만 다양한 깊이가 있다. 작품을 읽을 때마다 새롭고 깊이 있게 해석되는 게 흥미롭다"고 강조했다.

지차트콥스키는 그간 노부인으로 등장한 여지주 랍네스카야를 40대 젊은 여성으로 그려낼 예정이다. 그는 랍네스카야를 '현실 세계의 어려움에 부딪히면서도 믿음을 갖고 전진하는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깊이가 30m에 이르는 토월극장 무대가 어떻게 디자인될지도 관심사. 하지만 그는 이 대목에서 말을 아낀다. 다만 벚꽃동산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기보다 벚꽃동산을 둘러싼 주인공들의 기억과 추억 위주로 꾸며질 것이라며 직접 확인할 것을 권했다.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무대에 오른 뒤 11월 러시아 볼코프 국제연극페스티벌에서도 공연된다.

/jins@fnnews.com 최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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