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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액면)분할하면 주가 오른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6.04 05:30

수정 2010.06.03 22:15

주식(액면)분할이 기업들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주식시장에선 '쪼개면 오른다'는 말이 일종의 공식처럼 통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액면분할 내역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자본잠식 기업들이 자본잠식과 주가하락을 막기 위해 '감자와 액면분할 동시 추진'이라는 카드를 종종 쓰곤 한다. 이 같은 방식은 감자를 통해 자본잠식률을 낮춰 재무구조가 개선된 것처럼 보이게 한 후 액면가를 쪼개 주가를 낮춰 싼 주식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헤지펀드가 부실기업을 인수한 후 주가를 끌어 올리는 첫 단추로 '감자와 액면분할'을 실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피시장에서 액면분할을 했거나 예정이라고 밝힌 기업은 모두 17개였다.

이 가운데 12개 기업의 주가가 액면분할 당시보다 올랐다.

현대H&S는 지난 2월 주식거래 활성화를 위해 주당 액면가액 5000원인 주식을 500원으로 분할키로 했다. 2월 23일 7500원이던 주가는 이후 상승세를 타면서 29.20% 올랐다.

액면가 5000원인 주식 1주를 액면가 500원으로 쪼갠 KPX그린케미칼은 2580원이었던 주가가 3185원으로 올랐다.

쌍방울트라이그룹은 지난 3월 12일 액면가액 5000원의 보통주를 500원으로 분할키로 했다. 주가는 당시보다 49.75% 올랐다.

지난 2월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를 500원으로 액면 분할키로 한 SG충남방적도 발표 당시보다 주가가 79.86%나 올랐다.

이외에도 성안 34.30%, 남영비비안 10.80%, SG세계물산 30.19%, 아남전자 40.28%, 대원전선 45.29%, 유양디앤유 7.01%, 제일기획 9.06%, 환인제약 6.34% 등이었다.

액면분할은 주식의 액면가액을 일정한 분할비율로 나눠 주식수를 증가시키는 것. 기업의 내재가치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데도 주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유동성 증가효과 때문이다.

과거 경험상으로도 액면분할 기업들의 주가가 시장 대비 높은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토러스투자증권은 지난 4월에 2000년 이후 액면분할을 하고 현재 시가총액이 1000억원을 넘는 68개 종목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액면분할 예정 기업은 시장 대비 최고 17%포인트 높은 초과 수익을 기록했다는 결과를 내 놓은 바 있다.


주식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유동성 효과로 주가도 오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곽상현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액면분할 공시 시점에 매수해 거래정지 혹은 재상장 시점에 매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업 내용이 뒷받침되지 않거나 감자와 함께 이뤄지는 경우 단기 재료 이상이 되기 어렵기 때문에 선별적으로 접근한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kmh@fnnews.com 김문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