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초등생 취학연령을 한 살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초·중·고교의 같은 학년이라도 3월생은 학업성취도가 높고 이듬해 태어난 2월생은 부진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 교육학과 홍후조 교수팀(김대석 변자정)은 9일 ‘학생의 생월과 학업성취의 관계-제도적 학습부진아의 발견과 월령 효과의 대응 방안 모색’이라는 논문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월령효과란 학생이 태어난 달이 몇 월인지가 학업성취도를 비롯한 각종 교육 결과에 미치는 효과를 말한다.
홍 교수팀에 따르면 지난 2006년 고교 1학년생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학업성취도 국제비교(PISA) 성적과 생월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3월생과 이듬해 2월생의 평균 성적차이는 20∼25점이었고 표준편차는 약 80점이었다. 분석단위가 생월 집단일 때 상관의 크기는 .765(수학) .789(읽기) .833(과학)으로 완전한 상관도를 갖는 1.0에 가까웠으며 개인 단위로 분석한 경우도 상관도가 .065(수학) .066(읽기) .084(과학)로 나타났다.
또 중학교 2학년생의 지난 2007년 시행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변화를 국제 비교 연구(TIMSS)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3월생과 이듬해 2월생의 평균 성적차가 영역별로 10점 정도 났고 표준편차는 수학은 89점, 과학은 72점이었다.
TIMSS 성적과 생월간 상관관계를 분석하자 생월 집단이 분석 단위일 때 상관크기는 .872(수학) .897(과학)로 매우 높았으며 분석단위가 개인인 경우 .044(수학) .063(과학)의 상관도를 보였다.
PISA와 TIMSS 성적 모두 하위 25% 집단에 생월이 늦은 앳된 학생이 많았고 상위 25% 학생들은 월령차가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국제고, 외고, 국제중고, 과학고 등 5개 특목교의 월령별 재학생 수를 조사한 결과 1분기에 태어난 학생은 552명(30.2%)인데 반해 4분기는 338명(18.5%)에 불과했다.
중학교 집단 전체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특목고에서 1분기에 태어난 입학생수가 많은 점으로 미뤄 상위군 학생 중에도 왜소한 학생은 월령차에 따른 차별을 견디지 못하고 중간층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홍 교수팀은 설명했다.
홍 교수는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신체적 성장과 발달 격차에 따라 생월별로 월령 효과가 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중·고교에서도 월령 효과가 계속된다는 것은 사회·제도적인 원인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인지적 학습준비가 덜 된 앳된 아동을 조기 입학 시킨 뒤 적극적으로 그 차이를 바로 잡아주지 않는 교육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교육 선진국에서는 초등 1∼2학년에서 월령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초등 3∼4학년이 되면 월령 효과는 사라진다고 홍 교수팀은 지적했다.
홍 교수팀은 결론적으로 “월령 효과를 차단하려면 취학전 학교준비과정(head start) 제공, 취학 준비도에 대한 전문적 판단 과정 도입, 출생 분기별 반 구성 등으로 학습부진을 막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학기제 입학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oja@fnnews.com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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