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기소배심제’ 승부수 던진 검찰 개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6.11 19:17

수정 2010.06.11 19:17

검찰이 기소배심제 도입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11일 내놨다. ‘검사 스폰서 의혹’ 진상규명위원회가 두루뭉수리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 이틀 만이다. 개혁안은 ‘무소불위 힘’의 원천이던 기소독점권을 일부 내놓기로 했다는 점에서 검찰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외풍에 시달리기 전에 자체 대수술을 택한 셈이다.

기소배심제는 미국식 대배심제(Grand Jury)를 본뜬 것으로 중요 사건의 기소 여부를 검찰이 아니라 중립적인 시민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기소배심제 도입을 위한 입법 절차가 완료되기 전까지 각 검찰청에 검찰시민위원회를 즉시 설치해 운영키로 했다. 사회 각계의 추천을 받은 시민 9명으로 구성될 시민위원회는 뇌물·정치자금·부정부패 등 중요 사건의 기소 여부를 직접 심의하게 된다. 1948년 설립 이래 검찰이 기소권에 본격적으로 손을 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감찰부를 감찰본부로 격상하고 기존의 사후 조사감찰을 사전 동향감찰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또 검사가 저지른 범죄는 ‘특임검사’가 독립적으로 조사한 뒤 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해 한통속이라는 비판이 나올 소지를 줄였다.

개혁안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검찰이 스스로 통제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분명 큰 변화다. 그러나 검찰 개혁을 위해 상설특검제 도입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검토해온 정치권이 이번 개혁안에 만족할지는 의문이다.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등 조직 개편을 촉구해온 학계·시민단체들의 의견도 이번에 반영되지 않았다.

예전 사례를 보면 검찰의 개혁 의지도 그리 미덥지 못하다. 지난 1998년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검찰총장 임기제를 도입했고, 2007년엔 사건 관계인과 골프·식사·여행 등의 접촉을 금지한 ‘검사윤리강령’을 제정했다. 이 두 가지만 잘 지켜졌어도 오늘날 검찰총장이 “잘못된 낡은 관행과 사고방식을 모두 버리겠다”며 국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자율 개혁의 기회가 무한정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검찰은 이번만은 꼭 약속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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