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된 사나이..“당신은,원수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너의 원수를 사랑할지어다!" 두 눈 가득 증오를 담고 목이 터져라 울부짖는 아이를 잃은 아버지가 있다. 하지만 목사인 그조차도 자신의 아이를 유괴한 '원수'를 사랑할 수는 없는가보다. 미래가 촉망 받는 의사를 포기하고, 신에 대한 깊은 믿음으로 목사의 길을 선택해 사랑하는 아내 민경(박주미), 딸 혜린과 화목한 가정을 꾸려가던 주영수(김명민). 어느날 갑자기 딸 혜린이가 유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두 사람은 간절한 마음으로 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도하지만 결국 혜린이는 돌아오지 않는다.
신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 채 깊은 절망에 빠진 그는 신마저 저버리고 타락한 삶을 살게 된다. 딸이 살아있을 거란 믿음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혜린을 찾겠다는 아내를 무시한 채 타락한 사업가의 삶을 살아가는 주영수. 8년이 지난 어느날, 그에게 모든 잘못을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찾아온다. 딸 혜린이를 데리고 있다는 유괴범의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어떤 역할을 소화하든 자신을 버리고 캐릭터 속에 스스로를 몰아넣는 배우로 유명한 김명민은 이번 영화 '파괴된 사나이'에서 부러울 것 없던 행복한 아버지에서 모든 것을 잃고 타락한 삶을 살아가는 '주영수'를 연기했다. 이 영화에서 김명민은 무려 세 번의 변신을 거듭한다. 강한 믿음을 가진 '주 목사'에서 타락한 삶을 살아가는 '주 사장'으로,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딸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아버지'로.
영화 '파괴된 사나이' 속의 주영수에게 딸을 되찾는다는 것은 단순히 죽었던 딸이 돌아왔다는 외적인 의미가 아니다. 딸이 살아있다고 믿고 8년을 한결같이 간절히 찾아다녔던 아내를 향한 죄책감과 인생의 밑바닥에서 방황하는 자신을 다시금 회개하게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도 되는 것이다.
8년 전 자신이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에 혜린이를 찾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민경은 수사가 종결된 후에도 혜린이가 살아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못한다. 생계를 포기한 채 실종어린이찾기 센터에서 활동하며 딸의 행방을 찾아 헤매는 민경에게 주영수는 "우리도 좀 살자"라고 말한다. "혜린이만 찾을 수 있다면 백번, 천번이라도 죽을 수 있다"는 민경은 결국 딸을 찾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놓는다. '목숨'까지도.
'파괴된 사나이'는 딸을 찾기 위해 유괴범을 뒤쫓는 아버지의 이야기이지만 스릴러물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드라마에 가깝다. 영화 후반부에 주영수가 유괴범 최병철(엄기준)을 미행하는 장면은 어설프기까지하다. 감독의 말처럼 주영수의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좋다. 아이를 잃고 8년 후 상처와 고통에 사는 부모, 범인을 잡고 싶은 형사, 그리고 아이를 유괴한 유괴범. 아버지에게 돌아간 후 혜린이의 변화된 모습에서는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연 평균 3800명이 넘는 미아가 발생하고 있고, 장기미아는 700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잊은 적 없나요. 8년간 한 번도 잊은 적 없이 계속 절 찾으셨나요." 훌쩍 커버린 혜린의 입에서 나온 질문은 '잊지 말고 계속 찾아달라는' 아직 부모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미아들의 바람이 아닐까.
/moon@fnnews.com문영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