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도 8일 올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4.2%에서 4.6%로 상향조정했지만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수치인 4.3%를 그대로 유지했다. 경기둔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전망치로 분석된다.
비록 유럽 재정 위기, 미국의 더딘 고용 회복, 중국 경제의 둔화세 등 주요 3개국(G3) 리스크로 '더블딥'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더블딥'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나아가 올 한국의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도 정부 전망치인 5.8%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 박복영 대외경제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에게 올 하반기 글로벌 경제 상황과 더블딥 가능성, G3 리스크의 현실화 여부 등에 대해 물어봤다.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등이 현재의 경제상황을 '대공황 초입'이라고 하는 등 비관론이 급부상하고 있는데.
▲김현욱 부장=글로벌 경제는 회복되는 모습이다. 크루그먼 교수의 언급은 서둘러서 각국이 재정지출을 줄이거나 금리를 빠르게 인상하거나 했을 때 경제가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금리 정상화, 국가재정 건전화 등에 나설 때 '천천히' 하라는 의미이고 경기의 하방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정도이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이야기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케인시안(케인스주의자)'으로 분류되는 크루그먼 교수는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강조하기 때문에 재정의 역할이 아직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이 같은 발언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더블딥 가능성보다는 이 같은 우려로 각종 정책을 정상화하지 못했을 때 나올 수 있는 부작용을 더 우려한다.
▲박복영 실장=올 하반기는 상반기만큼은 좋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성장회복세는 둔화되겠지만 심각한 더블딥은 오지 않을 것이다. 이는 민간부문의 회복세가 일시에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더블딥을 부를 수도 있는 위험 요인은 2가지가 있다. 유럽금융부실화, 즉 은행자산건전성이 악화되든가 유럽 국가들이 재정건전성을 위해 지나친 재정긴축을 할 경우이다. 심각한 문제가 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지만 위험요인으로 분류는 해야 한다고 본다.
▲권순우 실장='대공황' 상황은 비켜나간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과 같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지도 않는다. 위기 탈출은 성공했지만 성장세가 과거처럼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저성장세가 될 것이다. 5% 안팎의 고성장이나 0% 안팎의 더블딥 가능성보다는 2∼3%대의 저성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신민영 실장=기본적으로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공황이나 디플레이션은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의 긴축기조, 남유럽 재정위기 등이 문제다. 더블딥에 빠지기보다는 빠른 경기회복세가 조정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성장세가 둔화되는 정도다.
―정부가 최근에 올 성장률을 5.8%로 상향조정했다. 달성 가능한가. 올해 연구소가 잡고 있는 성장률 전망치는.
▲김 부장=올해 성장률 달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 기저효과로 지난해 성장률이 낮았기 때문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KDI의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5.9%다.
▲박 실장=5.8% 달성은 충분히 가능하다. 대외경제연구원도 비슷한 수치로 전망하고 있다. 연초에 더블딥 우려 때문에 보수적으로 전망한 것이어서 상향조정한 수치도 무리한 것이 아니다.
▲권 실장=올 하반기에는 성장세가 둔화될 듯하다. G2(미국과 중국) 리스크도 있고 국내도 기업 구조조정, 부동산시장 침체 등이 성장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 성장률을 5.1%로 본다.
▲신 실장=올해 5%대 중후반이 될 것으로 본다. 정부 목표치는 어느 정도 달성가능하다고 본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5.6% 성장할 것으로 본다.
―국내 경기 둔화를 가져올 수 있는 위험한 요인은 뭔가.
▲김 부장=소위 말하는 G3 리스크 등보다는 풀린 유동성, 낮춘 금리의 정상화를 늦추면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 오히려 위험 요인이 될 소지가 있다. 금리를 인상하고 구조조정을 하면 한계기업의 고통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한계기업이 아닌 기술력 있는 기업에 '자원'이 배분될 수 있어 한국경제 전반에는 긍정적이다.
▲권 실장=국내적으로는 중국의 성장 둔화가 가장 우려된다. 남유럽의 금융불안도 마찬가지다. 미국도 소비회복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다. 이렇게 되면 수출 쪽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또 정부가 하반기에 기업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는 것도 경기에 부담이 될 것이다.
▲신 실장=스페인의 국채 차환이 이달에 제대로 이뤄질지 주목해야 한다. 환율 움직임도 변수다. 국내 요인으로는 가계부채나 부동산 문제가 있는데, 이것이 경기회복에 직접적 충격을 준다기보다는 소비회복을 제약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출, 투자가 현재 경기를 이끄는 두 축으로 보이는데. 올 하반기 전망은.
▲김 부장=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만큼 빠른 속도로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상화 과정이다. 20%대에서 10%대로 줄어든다고 해도 경제가 꺼진다고 볼 수는 없다. 수출, 투자 모두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다. KDI는 올 설비투자는 17% 증가하고 수출은 12%가량 늘어난다고 보고 있다.
▲박 실장=수출 증가세는 둔화될 것이지만 이는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것 때문이지 절대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회복세가 둔화된다거나 모멘텀이 약화된다고 하는 것은 너무 앞서 나간 것이다.
▲권 실장= 아무래도 올 하반기 수출은 상반기보다 증가세가 훨씬 둔화될 것이다. 글로벌 경제의 성장둔화 때문이다. 투자는 수출이 호황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 늘고 있지만 수출에 브레이크가 걸리면 투자도 둔화될 수밖에 없다. 두 축이 급락은 아니지만 상반기보다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 실장=수출 증가세는 계속 호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반기보다는 둔화될 것으로 본다. 즉, 세계 경제나 환율이 연관돼 있으니 상반기보다는 하반기가 둔화된다고 봐야 한다. 원인은 유럽 쪽에서 재정긴축을 하는 효과가 바로 드러나게 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지표경기는 호조지만 체감경기는 여전히 냉랭하다는 지적이 많다. 하반기는 경기회복세를 체감할 수 있을까.
▲김 부장=나아질 것이다. 현재 체감경기가 나쁜 것은 기본적으로 위기 이전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그때의 기억이 남아 있어서 나쁘다고 느끼는 것이지만 또 다시 '버블' 시대였던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다. 또 고용이 늘어나는 것은 후행성을 띠기 때문에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권 실장=결국 고용과 임금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고용상황은 후행성이 있기 때문에 고용사정 개선은 유지될 것으로 본다. 지속적으로 경기 상승세가 유지되면 체감경기도 나아지겠지만 하반기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체감경기도 뚜렷이 나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신 실장=두 가지 측면이 있다. 체감경기가 좋아진다는 것은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다는 것이고,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는 체감경기가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 또 한 가지는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생각보다 좋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이 플러스,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다 보면 결국 크게 좋아지거나 나빠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유럽 재정위기에 이어 미국, 중국이라는 G2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김 부장=중국의 경기선행지수가 내려가는 것을 두고 리스크라고 이야기하는데 '적절치 않다'고 본다. 모든 나라의 선행지수는 현재 내려가고 있다. 선행지수가 계속 올라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이를 경기침체와 연결하는 것은 무리다. 성장이 둔 될 수는 있겠지만.
▲박 실장=미국의 경우 고용지표가 예상만큼 빨리 회복되지 않는 등 문제가 있으나 이는 회복세가 더딘 것이지 회복이 안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심각하지 않다. 그리고 중국의 경우에도 과다한 부동산버블 등 문제가 있으나 중국은 경기속도를 스스로 조절할 정도로 여유가 있다.
▲권 실장=G2 리스크 요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 인한 경제성장 둔화 폭이 심각할 정도는 아니다. 중국은 상반기에는 두자릿수 성장을 했지만 하반기에는 한자릿수로 떨어질 것이다. 그래도 8%대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낙관적인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 소비가 회복돼야 하는데, 소비회복에 여러가지 제약 요건이 많다. 미국도 경기회복이 탄력을 받고 지속적으로 가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신 실장=미국의 문제는 유럽처럼 파괴력이 있다기보다는 고용도 안좋고 민간부문의 회복세가 진행 중이지만 경기가 제대로 확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소비가 성장을 견인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근 물가 상승세가 3%를 넘어서는 등 심상치 않다. 이렇기 때문에 긴축기조를 펼쳐나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위안화 절상의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과거에 비춰 상당히 조심스럽게 할 것이다. 그래도 상반기보다는 경기회복을 억제하려고 할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는 스페인 국채만기가 도래하는 7월이 고비라는 시각이 많은데.
▲박 실장=스페인이 이번 달에 246억유로의 국채 차환에 성공하는가 여부가 관건이다. 국채발행은 유럽에서 막아주기 때문에 성공할 것이다. 문제는 국채발행이 아니라 유럽은행들의 자산건전성이다. 7월 23일께 유럽은행들의 자산건전성 테스트 결과가 나오는데 이 결과가 더 중요하다.
▲권 실장=스페인이 디폴트(국가부도)가 될 가능성은 없다. 7월 국채 만기는 어떻게든 해결하겠지만 그 과정이 시끄러울 뿐이다. 이 시점이 지나가면 시장은 다시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남유럽 재정위기는 장기적인 문제다. 주기적으로 불안 요인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신 실장=스페인의 경우 그럭저럭 차환이 이뤄지고 있는 듯하다. 가장 큰 것은 민간부문이다. 이는 국제 금융시장의 시각이다. 스페인이 이런 상태로는 안된다고 할 때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그리스처럼 구제금융이 들어가서 상황이 악화된다면 또 한번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실물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스페인이 국가부도 위기까지 몰리면 충격은 그리스 때보다 더 클 수 있다.
/mirror@fnnews.com김규성 신현상 박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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