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개선약정(MOU) 체결을 거부해온 현대그룹은 이날 주채권은행 변경을 위해 외환은행에 올해 상환해야 할 차입금 750억원 전액을 모두 조기상환했다고 밝혔다.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올 12월 만기가 도래하는 외환은행 차입금 350억원을 지난달 30일 조기상환했으며 이에 앞서 현대상선도 지난 6월 28일 외환은행에 차입금 400억원을 모두 상환했다.
현대그룹은 외환은행이 재무구조 평가에서 불합격 판정을 내리고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을 추진하는데 반발, 대출금을 모두 갚고 주채권은행을 변경한 뒤 올해 상반기 실적을 기반으로 재무구조 평가를 다시 받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등 채권은행들은 재무약정 체결 거부에 대한 페널티로 현대그룹에 신규여신 중단, 만기 여신 회수란 초강경책을 구사하고 있다.
현대그룹 측은 이날 "현 시점에서 외환은행에 상환가능한 모든 차입금을 다 갚았기 때문에 현대그룹과 외환은행간 거래가 사실상 종결됐다"면서 "새 주채권은행으로부터 객관적이고 공정한 재무구조 평가를 받게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출금 상환엔 외환은행 등 총 7개 기관이 현대상선에 제공한 총 700억원의 선박금융과 내년 1·4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외화운영 차입금 일부(200억원)는 제외됐다. 현대그룹 측은 "이 자금은 신디케이트론 형태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외환은행에만 단독상환이 불가능해 이번엔 제외됐지만 조속한 시일 내에 상환을 완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채권은행 지위 상실이란 현대 측의 주장에 대해 외환은행 측은 "아직 현대그룹의 여신 잔액이 많이 남아있다. 여신이 일부라도 남아있으면 채권은행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외환은행은 현대그룹이 대출금 일부를 상환했더라도 잔금을 다 갚기 전까지는 주채권은행 변경 불가를 주장하고 있으며 또 잔금을 갚더라도 최종적으로 금융감독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주채권은행 선정 및 변경은 현행 '은행업 감독규정 제80조'에 따라 주채권은행과 기타 채권은행간 협의에 따라 결정된다. 여신상환으로 주채권은행 관계가 해소되는 건 아니며 1차적으로 현행 주채권은행의 변경 동의가 필요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의 여신을 모두 갚을 경우 주채권은행으로서의 지위를 주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외환은행에 대한 대출 잔액이 여전히 상당액 남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건과 같이 외환위기 이후 10여년간 운용해온 재무구조개선약정이란 제도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엔 제도 운영에 어려움이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ehcho@fnnews.com조은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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