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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거리 양극화’에 서민들 시름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8.07 06:05

수정 2010.08.06 20:22

쌀과 밀 가격이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불볕 더위가 지속되면서 올해 우리나라의 쌀 농사는 사상 최대 풍작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쌀 재고량도 사상 처음으로 100만t을 넘어서 140만t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쌀값 또한 뚜렷한 하락세다. 반면 국내 재배면적이 적어 주로 수입에 의존하는 밀의 국제가격은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의 수출 중단 조치로 가격이 12%나 급등했다.



올해 사상 최대의 쌀농사 풍작이 예상되면서 정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몇년간 이어진 풍작 등으로 쌀 재고량이 크게 늘었지만 쌀값 안정을 위해서는 쌀 수매 물량을 오히려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6일 정부 안팎에서는 올해 시바르당(1시바르=990㎡) 쌀 수확량이 지금까지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수준(534㎏)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현재까지의 기후여건은 쌀 농사에 최적"이라며 "다만 9월에 비오는 날씨가 3일 이상 지속되는 이상기후만 나타나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쌀 농사 풍작이 예고되면서 기획재정부, 농림수산식품부 등은 후속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2004년부터 계속된 풍작으로 쌀 재고량이 사상 처음으로 100만t을 넘어 140만t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쌀 값 또한 급락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쌀 재고량이 가파르게 늘어난 것은 남북관계 악화로 북한에 쌀을 지원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쌀 값은 하락세가 뚜렷하다. 통계청이 10일 단위로 조사하는 산지 쌀 값(80㎏ 한가마 기준)은 지난달 25일 13만3556원으로 떨어졌다. 불과 20일 사이에 1176원이나 하락한 것이다. 추가 하락 가능성도 높다.

정부는 농협과 1조3000억원인 양곡관리특별회계 기금을 활용해 쌀 수매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늘어난 수확량 등을 감안했을 때 한계가 있다.

농협을 통한 쌀 수매는 사실상 정부 돈을 풀어 쌀을 사는 것이어서 재정건전성 등을 감안했을 때 농민 등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는 어렵다. 쌀 재고량이 늘면서 관리비용 증가, 쌀 값 추가 하락 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친서민'을 표방한 이명박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내부적으로 2005년산 재고쌀을 사료용으로 처분하는 등의 대책을 검토 중이다. 또 중장기적으로 '쌀 조기 관세화' 추진을 통해 쌀 수입 물량을 줄이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다만 남북관계 경색이 풀리면 정부의 선택 폭은 훨씬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 하는데..” 밀값 연일 폭등

러시아가 반세기 만에 발생한 최악의 가뭄과 산불로 인해 5일(이하 현지시간) 밀 수출 중단 조치를 발표하면서 국제 밀 가격이 폭등했으며 각종 생필품 가격도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오는 15일부터 올해 말까지 밀을 비롯해 모든 곡물의 수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으며 이로 인해 이집트를 비롯한 수입국들이 다른 수입처를 찾느라 비상에 걸렸다고 보도했다.

수출 중단 발표 후 유럽에서는 밀값이 12% 뛰면서 t당 236유로까지 치솟았으며 옥수수, 보리 등의 가격도 같이 크게 올랐다.

일부에서는 러시아에 이어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도 수출금지 조치를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러시아의 밀 수출 중단으로 빵, 밀가루, 맥주 같은 식료품 가격이 급상승할 것으로 보이며 이미 가공식품 업체들 상당수가 제품의 가격을 곧 올릴 계획이라고 FT는 보도했다.

또 장기화될 경우에는 지난 2008년과 같은 식량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FT는 지난 2년 동안 비축해놓은 밀이 많아 당시보다 현재의 상황이 더 좋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07∼2008년 식량 사태 당시에 800만t을 확보해놓았던 것에 비해 현재 3000만t을 비축해 놓은 상태며 쌀, 옥수수를 비롯한 다른 곡물의 비축량도 매우 양호하다.

자크 디우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사무총장은 또다른 식량 사태로 치닫고 있지는 않고 있으나 위험은 있다며 사재기와 수출금지로 인한 가격상승과 투기를 경계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앞으로 6개월 동안의 세계 기후도 변수가 될 것이라며 오는 12월부터 밀 수확에 들어갈 호주와 아르헨티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전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윤재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