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기대에 못미치는 간 총리 사죄담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8.10 18:21

수정 2010.08.10 18:21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한국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했다. 간 총리는 10일 담화를 통해 ‘식민지 지배가 가져온 많은 손해와 고통에 대해 다시 한 번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의 기분을 표명’하고 일본 궁내청이 보관중인 ‘조선왕실의궤’ 등 도서를 한국에 인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는 표현은 이제까지 최고 수위의 표현이었던 무라야마 총리 담화 이후 반복해서 사용된 것으로 한국 입장에선 만족스럽지 못한 표현이다.

총리 담화 중 그나마 눈에 띄는 대목은 ‘한국인들의 뜻에 반하여’ 식민지 지배가 이뤄졌음을 시인한 점이다. 그러나 한·일 지식인 1000여명이 지난달 성명을 내고 ‘한국병합조약은 조선(한국)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된 것으로 원천 무효’라는 내용을 총리 담화에 포함하라고 요구한것에는 못미친다.

병합과정의 강제성은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일본의 한국 병합은 여전히 합법적인 조치로 남게 되는 셈이다. 무라야마 발언 수준에서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당초 총리 담화에는 ‘무라야마 담화’의 틀을 넘어서는 획기적인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었다. 기존 수준의 표현으로는 새로운 한·일관계 정립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일본 우익단체의 거센 반발과 지난달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대패하면서 여야가 역전되는 등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됐다. 또 9월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있는 간 총리로선 보수세력의 의견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간 총리가 ‘조선왕실의궤’ 반환과 사할린 잔류 한국인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 의사를 표명한 점은 특기할 만하다. 특히 문화재 ‘인도’가 아니라 ‘반환’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앞으로 양국간 문화재 반환 협상이 활기를 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나름대로 과거사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어보려는 성의와 노력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간 총리의 지적대로 ‘21세기 가장 중요하고 긴밀한 이웃국가로서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폭넓게 협력할 파트너 관계’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양국이 진정한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병합과정의 불법성까지 인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