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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BW ‘묻지마 발행’ 개미만 낭패

안현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8.16 05:05

수정 2010.08.15 22:21

상장사 자금조달 전 증권사에서 실시하는 기업실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및 전환사채(BW), 유상증자 등 증권사 모집주선으로 자금을 조달했던 상장사들이 감사보고서상 ‘의견거절’ 및 사업보고서 미제출, 최종 부도 등의 사유로 연이어 증시에서 이름을 내렸기 때문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9 감사보고서상 ‘의견거절’ 및 사업보고서 미제출, 최종부도 등으로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된 상장사는 총 24개사에 이른다. 개선기간 완료 뒤 재감사보고서상 ‘의견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네오세미테크를 포함하면 25개사다.

이 중 증권사 모집주선으로 주주 및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BW 및 CB 발행, 유상증자에 나섰던 상장사는 8개사. 최종 퇴출이 결정되기 1년 전인 지난해 초부터 올해 초까지 자금조달에 나섰다.

최근 퇴출위기에 몰린 네오세미테크의 경우 지난해 11월 13일 시설 및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CB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조달 규모는 350억원. A증권사가 주관사로 나섰다. 하지만 올 3월에 이어 지난 2일 감사보고서상 ‘의견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며 2009년 말 발행된 CB는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연히 CB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눈 뜨고 손실을 지켜봐야 하는 위기에 직면했다.

이루넷은 B증권사 모집주선으로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나서 222억5000만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 외에 감사보고서상 ‘의견거절’로 올 초 코스닥시장에서 이름을 내린 하이스마텍도 C증권사 모집주선을 통해 일반공모 유상증자로 12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지난 5월 8일 상폐된 엑스로드는 CB 발행 및 유상증자에 나서 141억6900만원, 71억7067만원을 조달한 바 있다. D증권사가 모집주선을 맡았다.


이처럼 증권사의 부실한 기업실사가 ‘부실기업 자금조달→상장폐지→투자자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 증권사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들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총액인수와는 달리 모집주관만 할 경우 기업실사를 대충 끝내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중소형 증권사들이 중소형 상장사 자금조달 부문을 틈새시장으로 여겨 확실한 기업실사 없이 BW 및 CB 발행,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한 코스닥시장 기업설명(IR) 담당자도 “몇몇 중소형 증권사들이 개인들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자금조달의 주관사로 나설 시 간단한 자료 검토 외에 제대로된 실사조차 하지 않지 않는 사례가 허다하다”며 “단지 모집인수 수수료 및 공모자금 예치기간 중 얻게 되는 CMA 이자율에만 신경 쓸 뿐 투자자 보호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always@fnnews.com안현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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