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완성차 하청업계, 하도급 계약 종료 앞두고 임금 갈등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9.23 11:00

수정 2010.09.19 13:21

“올해가 A자동차사와의 납품 계약종료 해인데 신규 아이템을 받기 위해 임금인상을 자제할 수밖에 없다고 회사가 호소,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 들였어요”(A완성차 하청업체 근로자)

하도급 계약 종료를 앞둔 국내 완성차 하청업체들이 임금인상을 둘러싸고 노사간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일부 하청업체는 매년 단가인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임금인상을 빌미로 원청(완성차업체)으로부터 부품수주가 끊길 수 있다며 노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납품단가 압력에 하청업체 저임금 양산”

대다수 하청업체 사용주들이 국내 대기업 완성차 업체와 납품 계약종료를 앞두고 이처럼 임금인상에 난색을 표하는 것은 임금산정의 기준이 되는 ‘임률’(시간당 평균 임금)이 부품단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청업체인 A사 대표는 23일 “완성차업체들은 하청업체가 임금인상을 단행할 경우 본인들이 갖고 있는 실사자료와 생산품목별 임률계산서와 비교해 과도하다고 판단, 이후 단가인하 근거로 제시한다”며 “거래관계상 을(乙) 입장에서 거절하기가 쉽지 않아 하청업체에 이를 일부 부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부품 공급체계상 최하층의 중소 영세업체로 임금부담이 이어지는 셈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단가인하 압력을 받을 경우 부품업체들은 원청에 항의하기 보다는 2, 3차 하청업체에 부담을 전가시키거나 근로자 임금 등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같은 단가압박에 따른 임금억제는 완성차업체와 하청업체간 수익률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국산업연구원의 산업경제정보에 따르면 국내 대표 완성차업체인 현대차의 계열 부품업체의 지난 10년간 영업이익률은 약 2%, 순이익률은 약 6% 각각 상승했다. 반면 비계열 부품업체의 경우 지난 10년간 영역이익률은 약 2.5%, 순이익률은 약 1% 각각 감소했다.

이에 대해 완성차 업계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위해서는 일정한 납품단가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개발비용 등이 반영되는 초기 납품단가와 달리 납품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경우 제조원가는 하락하기 때문에 단가인하는 당연한 원리”라며 “하청업체의 요구대로 납품단가를 올려줄 경우 가격이 싼 해외로 부품 조달처를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하청업체, 임금인상 위해 편법 동원

관련업계에 따르면 부품단가에 포함되는 제조원가 중 노무비의 경우 임률에 작업공수를 곱해서 산정한다.

완성차업체는 자체적인 계산을 통한 기본 임률표를 부품업체에 하달하는데 이때 책정된 임률은 하청업체의 견적서 보다 보통 낮게 책정함으로서 납품단가가 인하된다. 이를 두고 노동계는 완성차업체가 임률에 지나치게 개입함으로써 임금체계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일부 하청업체는 부품단가 산정시 포함되는 임률과 작업공수를 부풀리기 위해 원청업체 실사시 편법을 종종 동원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하청업체 관계자는 “원청 조사가 나오면 타부서에서 인원을 차출하기도 하고 비정규직과 사무직도 동원한다”고 전했다.

■불공정 거래 파악 어려워

문제는 자동차 업계에 불공정하도급 거래가 만연화됐는데도 공론화되지 못해 정확한 실태 파악과 대책마련이 어렵다는 점이라고 노동계는 지적한다. 하청업체 사용자가 원청업체로부터 거래단절 등 보복을 당할지 모른다는 우려로 계약서의 공개와 신고를 꺼리기 때문이라는 것.

한국노총 정책본부 정문주 국장은 “완성차 하청업체 대부분 원청업체와의 계약 종료 시즌에 임금인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같은 사실이 알려질 경우 거래가 단절된다는 우려로 외부에 알려지는 일은 매우 드물다”고 전했다.

더욱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직권조사를 하더라도 본 계약서와는 다른 이면계약을 할 경우 단속자체도 쉽지 않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완성차 업계는 납품단가 조정협의제와 상생협력 노력으로 납품단가 조정관행이 상당폭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도입된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는 원자재 가격 변동으로 하도급대금의 조정이 불가피한 경우 하도급업체가 원청업체(대기업)와 조정 협의를 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고용부 관계자는 “하도급관계에서 구조적으로 생길 수 있는 폐단에 대한 법적 제도장치 마련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대기업들의 자세가 중요하다”며 “향후 CEO들의 평가항목에 협력업체와의 관계에 대한 부분을 포함시키고 원·하청 업체간 의견차를 줄이기 위한 지속적인 토론의 장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mountjo@fnnews.com조상희기자